[week& 레저] 홍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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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은 한국의 비즈니스맨들에겐 이미 일일생활권이다. 서울에서 비행기로 4시간 거리. 첵랍콕 공항에서 고속전철을 타면 홍콩의 도심인 주룽(九龍)까지 20여 분 만에 도착한다. 실제로 홍콩에서 당일 저녁 비행기로 한국으로 돌아도는 비즈니스맨들이 늘고 있다. 거리상 이점은 비지니스맨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여행자들도 큰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곳이 홍콩이다. 특히 쓰나미 이후 불어닥친 해변 리조트 기피현상 때문에 인기가 시들해져 가던 홍콩은 반전의 기회를 맞고 있다.

홍콩이 주는 첫인상은 멋들어진 스카이라인. 해안에서 시작된 빌딩숲이 산중턱과 봉우리까지 이어진다. 빌딩 끝이 여러 개의 이쑤시개를 세워놓은 것처럼 생긴 88층짜리 국제금융센터 빌딩과 X자 여러 개가 눈에 쏙 들어와 퍼즐 장난감이 연상되는 차이나뱅크 타워, 뾰족한 첨탑이 인상적인 75층짜리 센트럴 플라자…. 이들이 하늘을 가르며 만들어내는 기하학적인 선은 삭막한 '도시'라는 단어를 아름다운 무엇으로 바꿔버린다. 한국에 고층 빌딩이 없는 것도 아닌데 어디에서 이런 차이가 생기는지 억울한 마음마저 든다. 밤이 되면 억울함은 경탄으로 바뀐다. 매일 오후 8시부터 17분 동안 홍콩섬에 운집한 빌딩들이 조명과 레이저를 뿜어내는 '빛의 향연'이 펼쳐지기 때문. 건물 외곽 조명을 반복해서 켰다 끄니 도시는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가 된다.

그동안 홍콩은 쇼핑천국으로 인식돼 왔다. 홍콩에 도착해 여장을 풀기 무섭게 거리를 돌며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예쁜 명품들을 실컷 구경하고 사는 것이 젊은 여성들에게 유행이 됐을 정도. 그래서 홍콩은 여자들의 여행지라는 인식도 강하게 남아 있다.

하지만 이런 경향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홍콩 익스프레스' 덕이다. 국내에서의 인기 여부와 관계없이 홍콩의 관광명소를 돌며 찍은 드라마 촬영지만 따라가도 훌륭한 여정이 되기 때문이다. 주룽 북쪽 신계지 타이포에 있는 소원나무, 홍콩섬 남쪽 스탠리 지역과 소호거리의 데이트 코스, 한국의 인사동처럼 골동품 가게가 많은 소호 서북쪽 할리우드 거리 등 잘 몰랐던 명소들이 무더기로 소개됐다. 쇼핑 짬짬이 이런 곳들을 둘러본다면 단지 서울의 고급 백화점 십여 곳을 돌고 온 것 같은 허전한 여행은 면할 수 있을 것 같다.

홍콩=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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