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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고층빌딩의 부산물 "일조권" 논쟁|일 고법「보호」판결 싸고 설왕설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점점 복잡해지는 도시생활은 밀집 화해 가는 주택문제로 갖가지 말썽이 일어나고 있다.
하늘로 솟아오르는 고층「빌딩」의 그늘에 묻혀「태양」을 뺏긴 주민들은「햇볕을 돌려달라」는 구호와 함께 햇볕을 받을 수 있는 이익을 보호해 달라고 이른바「일조권」을 법에 호소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있다.
얼마 전 일본 동경의 한 시민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웃 고층건물의 주인과 동경 도를 상대로 동경지방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했는데-원고의 주장을 보면 5, 6년 전에 이웃에 위법으로 세워진 고층건물 때문에 완전히 자기 집은 햇볕을 보지 못하게 되었고, 통풍이 안되어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생활을 방해 당하고 있다는 것.
동경 도 당국이 이를 몇 년씩이나 방치했다는 사실은 행정상의 실책이므로 연대책임을 지고 손해배상금 1백만 원을 내라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 동경지방재판소의 판결은『건축기준법 위반이라고 해서 그것만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원고의 피해도 이웃사람의 입장에서 참을 수 없는 정도의 것은 아니다』라고 청구를 기각시켰다.
원고는 이에 굴복하지 않고 다시 동경고등재판소에 제소하여 기어이 당초의 목적을 관철했다는 것이다. 이른바『일조권을 인정한다』고 판결한 동경고등재판소의 판결이유에서 『주택의 일조, 통풍의 확보는 쾌적한 건강생활을 위해 필요 불가결의 생활이익으로서 이와 충돌하는 다른 법익과의 조화를 고려해서 가능한 한 법적 보호를 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 고 되어있다.
그러나 이 판결은 위법건축을 전제로 한 것으로 일반적인 이른바「일조권」의 해석이 아니라는 것. 따라서 이 문제는 재판상으로나 학설로나 확정적인 것이라 할 수는 없어 일본의 학계와 법조계서는 구구한 이견을 내세우면서 맞서고 있다.
한 변호사는 말하고 있다. 소유권을 절대적인 것으로 생각한다면 그야 자기 땅에 자기 집을 짓는데 무슨 말썽이 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소유권도 인구가 늘고 사회가 복잡해짐에 따라 제한을 당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또 법조문에만 의존하려는 것도 잘못이다. 금지하고 보호하는 법률이 없다 해서「일조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은 부당하다. 법률이란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더구나 법원은 독자적으로「판례」라는 법률을 만들어 내고있다고 재판결과의 타당성을 주장하고있다.
한편 반대의견을 들어보면-.사회문제까지 되고있는 그 근본적인 해결은 도시재개발 등 입법을 포함한 강력한 도시행정의 일환으로서만 가능하다. 개인 사이의 분쟁을 이해조정이라는 형식으로더구나 주어진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해결하는데 불과한 법원에는 하나의 한계가 있다. 그것을 과소평가 할 수도 없는 것이다. 요컨대 강력한 입법과 도시행정이 문제를 푸는「키」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문제 외에도 일본의 주택지대에서는 자자분한 말썽과 시민간의 마찰이 끊일 새 없다. 주택지 한복만에 화장품회사 부속「빌딩」이 들어선다고 부인들이 철야농성을 하는가하면 그 회사제품을 외면하는 불매동맹이라는 부작용까지 일어나고 있고, 도정당국에는 날마다 골치 아픈 진정이 밀려든다.
따지고 보면 이런 문제들은 비단외국의 예에 그칠게 아니라 날로 급변해 가는 우리의 복잡한 주변을 둘러볼 때 남의 일 아닌 우리가 당면한 절박한 현실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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