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단독 운영의 타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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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여·야 협상」이 타결을 지었음에도 불구하고 22일의 공화당 국회는 17개 세제 개혁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으며 일부 상임 위원회는 새해 예산안에 대한 예비 심사를 강행했다. 이와 같은 사태에 대해 신민당은 『정치 신의를 뒤엎은 공화당의 단독 국회 강행은 새로운 사태를 유발시킬 중대 처사』라고 경고했다. 야당이 심한 반발의 기세를 보이자 공화당은 야당이 등원키로 예정된 27일까지 예산안의 심의를 일단 중단키로 방침을 정했다 한다.
그러나 27일에 야당이 등원해서 국회가 정상화의 궤도에 오른다 하더라도 새해 예산을 법정 기일인 12월1일까지 기필코 통과시키려는 공화당의 전략 방침과 협상 성공후의 공화당 단독 국회를 문제삼고 세법 개정안에 대해서 강력한 개폐투쟁을 벌이기로 한 신민당의 전략방침 사이에는 격돌이 벌어질 공산이 커 보인다.
협상 타결후 단독 국회 운영 지속에 대해서 이 국회의장은 야당의 등원 일자에 대해 정식 통고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의안 심의를 늦출 수 없다고 밝혔다. 2O일의 타결 성공으로 야당 등원의 전망이 뚜렷해 졌고, 또 내주초에 야당이 등원키로 양당간에 양해가 성립되어 있음이 엄연한 사실이라고 하면 이 의장의 이런 설명은 어디까지나 궤변에 지나지 않는다 할 것이다.
공화당 국회가 단독으로 17개 세제 개혁안을 통과시키고 일부 상임 위원회가 새해 예산안에 대한 예비 심사를 강행한 참다운 동기와 목적은 아마도 야당의 등원을 기다려 이런 문제를 처리하면 정부·여당이 기도하는 세제 개혁과 예산안 심의에 있어서 일대혼선이 일어날 우려가 있으니 이를 사전에 막아 보자는데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공화당이 위헌적인 수법으로 단독 국회를 열어 추경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국정 감사를 강행한 것까지는 야당의 등록 거부전술을 분쇄키 위한 편법으로 이해가 안가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협상 성공후도 단독 국회를 속개하여 납세자의 이해에 직결되는 세제개혁을 단행하고 말았다는 것은 세법 개정이나 예산 심의에 있어서 국민 의사를 대변하는 야당의 참가를 꺼리고 있다는 증거요,『특정 업자에게 특혜를 주려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을 짙게 자아낸다.
공화당 단독 국회 속개는 공화당이 지켜야 할 정치 신의를 일방적으르 차버린 증거요, 앞으로 야당이 등원해서 국회가 정상화된 후에도, 야당의 존재를 경시 내지 묵살하면서 「실질적인 단독 국회 운영」을 지속할 가능성을 시준하고 있다는데서 의회정치의 일대적 신호라 간주치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제7대 국회처럼 여·야 의석수에 심한 불균형이 조성되어 있는 조건하에서는 설령 다수당이 소수당의 의사를 존중할 생각이 있다 하더라도 수적 열세 때문에 소수당의 의사는 반영되기 어렵게 되어있는 것이다. 하물며 다수당이 애초부터 소수당의 존재나 의사를 조금도 존중할 생각이 없다고 하면 소수당은 국회 정상화의 일익을 담당하면서 그 실일당국회를 양당 국회로 위장시켜 주는 장식물 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공화당은 그 동안 무엇 때문에 대야 협상으로 야당을 국회에 끌어들이기 위하여 진력했던가. 국회 운영의 오늘과 내일에 대해서 일대 반성이 있어야만 하겠다.
공화당은 12월1일까지 새해 예산안을 기필코 통과코자 하고 있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하에서 법정 기일안 통과는 무리하다. 예산안의 법정 기일안 통과가 예산 성립의 절대적 요건이 아니라는 것은 그렇게 되지 않은 경우의 경과 규정을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알 수있다. 앞으로 일주일간에 예산안을 심의 통과코자 한다는 것은 처음 등원하는 야당의 예산 심의권을 사실상 박탈해 버리는 처사가 될 것이다. 양당은 예산 심의에 필요한 시간 여유를 갖도록 정치적 협상을 시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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