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있는 직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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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해마다 늦가을이면 신문사 수습기자를 모집한다. 경쟁률은 거의 1백대에 가깝다. 구직난의 현상은 아닐 것이다. 신문기자는 매력있는 직업임에는 틀림없다. 우선 하는 일이 매일같이 「버라이어티」(다양성)를 갖는다. 「매너리즘」이나 의기소침과는 본능적으로 거리가 먼 직업이다. 언제나 신선해야 하고, 언제나 신선해야하고, 언제나 발랄해야한다는 것은 일생동안 무슨 직업에 매달려야 하는 남아의 경우는 더함 없는 유혹이다.
그러나 기자처럼 집념이 강해야하는 직업도 없다. 잔인할 정도로 집요하게 무엇에 열중할 수 있어야 하며, 또한 잔인할 정도로 「엄숙한 자기」를 지켜가야 한다.
65년 6월 19일 월남 「키」수상(지금은 부통령)은 정권을 잡은 후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갖는 자리에서 전신문의 발행정지를 명령하는 강경조치를 발표했다. 그 회견에 참석했던 3백명의 월남신문기자들은 마치 약속이나 했던 듯이 일제히 일어나 항의를 했다. 『군은 독재정치를 하려는가』『당신은 언론의 폭군이다』『전 기자는 퇴장해서 이 회견을 무시하자』-기자들은 책상 위에 올라서서 「키」에게 대들고 고함을 질렀다.
당시는 월남의 군정이 삼엄하던 때임을 상기해야 한다. 기자들은 그 경우 국민이 읽지 못한, 그러나 가장 역사적인 「행동기사」(?)를 신문의 뒤에서 쓴 것이다. 「키」수상은 『아-잠깐 기다려라. 당신들은 외국기자에게 「스쿠프」(특종)를 양보할 작정인가?』하고 물러섰다. 월남기자의 기골을 볼 수 있다.
기자야말로 「행동지식인」이 아니겠는가. 기자라는 직업에 생계가 있다는 평범한 생각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직업이라는 것도 깊이 알아두어야 할 것이다. 적성으로 치면 「롭」은 역시 「다이너믹」(적극성), 그리고는 행동성·독창성·명랑·협동성일 것이다. 품행방정·온순·단정 등은 오히려 그런 것을 제일로 요구하는 직종에 필요할지도 모른다.
신문사가 수습기자를 해마다 선발하는 것은 신문의 구조가 확장하는 외부적인 수요보다도 신선한 적성과 호흡하려는 내적인 요구가 더 강할 것이다. 신문의 면모는 그 시대의 새 인물들에 의해서도 변화되는 것에 기자후보들은 큰 사명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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