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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증」시비|문교부 「비상책」과 학계의 반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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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문흥주 문교부장관은 1일 금년 문공위국정감사에서 오는12월중 대학정원령을 개정, 학사증을 정부가 발급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문 장관은 이 학사증 정부발급 이유를 일부사립대학의 정원초과 모집을 강력히 단속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학사증을 정부가 발급하게되면 사학의 자주성은 물론 대학교육의 특성과 자주성을 관제화 하는 결과를 낳기 쉽다. 교육계는 물론 전국 사학에서는 이 문 장관의 발언을 둘러싸고 반발의 파문을 일으키고있는데 학사증 정부발급론 시비와 일부사학의 정원초과 모집의 실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초과모집」 실태-「정원령」나자 청강생으로>
우리나라 사학은 일정한 재단의 뒷받침 없이 학생의 등록금으로 운영되어 왔다. 대학이 설립인가 되면 정원은 있으나마나 정원초과 학생을 모집, 몇몇 사학은 학생모리배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쓰면서까지 학생을 초과모집, 학교재경에 보탬 해 왔다. 아무리 문교부가 대학정원을 못박고 학사감사를 실시한다 해도 정원초과는 뿌리를 뽑지 못했다.
문교부는 65년12월 강력한 정원초과 단속을 위해 대학정원령을 제정, 각 대학의 입학정원내 학생만의 명단을 관보에 올려 이들만을 대학생으로 인정키로 했다.
66학년도부터 대학정원령이 실시되자 일부 사립대학에서는 정원초과모집 학생을 청강생으로 모집하기 시작했다. 청강생이란 각 대학 교칙에 규정되어 있는 것인데 교육법시행령에 따라 만들어진 교칙에는 한 학과 또는 일부학과를 청강하기를 원하는 학생에게 학장 또는 총장은 재학생의 수강에 지장이 없는 한 수강을 허락하도록 되어있다.
일부 사립대학교에서는 이러한 도피구를 이용, 학생에게 각서까지 받아놓고 청강생을 마음대로 뽑기 시작했다.
이들 청강생은 정원내 학생과 똑같이 등록금을 내며 전과목에 걸쳐 강의를 받고 학교로부터 정원내 학생과 동일하게 대우를 받았으며 학기 시험도 똑같이 치러 성적표까지 모두 나와있다.
문 장관은 국정감사를 받는 자리에서 이들 청강생이란 이름의 정원외 모집학생수가 전국에서 1만명 이상이 된다고 밝혔는데 실제로 이 청강생 숫자는 문교부에서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정확한 숫자는 알 길이 없다.
문교부는 학사감사에서도 이 숫자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청강생 모집규정은 각 대학교칙에 있는 것이므로 문교부에서는 알바 아니라고 회피조차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사립대학에서는 이들 청강생들이 4년을 수료할 경우 학사학위 수여증을 총장명의로 발급할 수 있는데 이번 문 장관의 발언대로 학사증 정부발급이 실시되면 1만명 이상으로 추 정되는 청강생들은 모두 학사증을 받지 못하여 실질적으로 사회진출의 길이 막혀버리게 되는 것이다.
65년12월 문교부는 대학정원령을 제정할 때도 음성적이었던 그때까지의 정원초과 학생을 완전히 양성화시키고 대학정원을 다시 조정, 정원령을 만들었었다.

<「정부발급논」안팎-학사고시·「등록제」의 후련
문 장관은 대학정원령을 가지고도 일부 사립대학의 정원초과를 막을 길이 없어 학사증까지 정부에서 발급해야 하겠다고 주장하게 된 것인데 학사증 정부발급문제는 그 결과가 단순하지 않다.
5·16척후 정부는 흔해빠진 대학생들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한때 학사고시제까지 실시, 당초의 목적을 이루지도 못했고 더구나 부작용이 많아 실시2년만에 폐지하고 말았다.
또 65년12월 권오병 문교부장관은 대학의 정원을 지키기 위해 학사등록제를 실시하겠다고 하여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대학의 교육과 그 자주성은 민주사회에서 헌법으로 보장되어 있으며 사학은 자유로운 설립을 원칙으로 하여 정부의 지나친 간섭을 받지 않는 것이 사학의 특성으로 되어있다.
그런데 학사증을 정부가 주게된다면 사학의 자주성이란 필요 없는 것이 되며 전국의 모든 사학기관이 문교부의 부속기관으로 밖에 안외는 결과가 된다.
어느 사학기관이 한 학생에게 대학교육 과정을 이수시켰는데도 정부가 주는 학사증을 못 받는다면 그 학생은 대학졸업생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자유로운 연구활동도 할 수 없으며 다만 정부의 발급 학사증을 받기 위해 어용화가 되고 만다.
예로 「데모」학생으로 낙인을 찍혀 정부의 미움을 샀다면 그 학생은 학사증을 받을 수 없게 될지 모르므로 대학은 완전히 정부의 부속기관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교육계와 사학의 반발은 큰 것인데 현재 문 장관은 일부 사립대학의 정원초과 모집을 없애기 위해 보다 부작용이 많은 사학의 자주성을 뜯어 없애려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것은 마치 한 마리의 빈대잡기 위해 기와집을 불태워버리는 것이 아닐까? 문 장관도 이날 『정부발급 학사증을 필요로 하는 학교는 해방 후에 설립된 몇몇 사립대학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었다.
그런데도 문 장관이 이런 발언을 하게되기까지 문교부는 일부 사립대학의 교묘한 정원초과 모집방법에 골머리를 앓아왔다.
대학 정원령이 제정되어도 정원초과 모집을 뿌리뽑지 못하는 문교부는 행정상 완전히 무능을 드러내고 만 것이다.

<근본대책-먼저 「좁은 문」부터 넓혀야>
정원초과 모집의 현상이 일어나는 근본적 문제는 우리나라 국민의 교육적 열의보다 대학의 문이 좁다는 데에 있다.
청강생이기 때문에 징집보류 등의 특혜도 못 받고 말썽을 부리지 않겠다는 서약까지 하면서도 대학에 입학하는 지원자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봄만 해도 대학신입생 3만3천명 정원에 16만명이 응시하여 정원수 경쟁률은 평균 5·1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대학진학 희망자는 해마다 늘고 있어 고등학교 졸업자 중 70%이상이 대학진학을 바라고 있다.
경제개발에 따른 장기적인 인력수급 방안,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국보적인 자원이 인력자원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대학정원령 등 대학정원은 법으로만 규제할 것이 아니라 치밀하고 원대한 계획 밑에 정원이 조정되어 배우려는 학생에게 배움의 길을 터 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일부 사립대학의 정원초과 모집은 행정적 방법으로 뿌리뽑는 방안을 연구, 단속토록 해야지 덮어놓고 관권을 휘둘러 정부의 통제 밑에 사학을 묶으려는 방안을 고집해야 할 다른 까닭이라도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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