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경전철 부실, 지자체가 책임지고 해결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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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감사원이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 등 관련 중앙부처와 서울·의정부·용인·광명·인천·대구 등 6개 지자체의 경전철 사업을 감사해 지난달 30일 발표한 결과는 한마디로 충격적이다. 엉터리 수요예측은 물론 구조설계와 차량선정 등 추진과정에서의 예산낭비 사례까지 적발돼 부실 종합백화점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감사원에 따르면 실제 수요가 예측치의 14~63%에 불과하며 대구 외에는 모두 50%에도 못 미칠 정도로 수요예측이 뻥튀기로 이뤄졌다. 의정부시는 수요예측을 7배나 뻥튀기했다. 심지어 건설과정에서 속도도 느리고 차량중량도 작은 전철에 일반 철도의 설계 기준을 적용하고, 경전철 차량으로 서울지하철보다 큰 차량을 도입하기까지 했다니 어이가 없다.

 해당 지자체들은 “잘못된 수요예측과 사업추진으로 적게는 4000억원, 많게는 2조원이 투입된 경전철이 세금낭비의 원흉으로 전락했다”는 감사원의 지적을 뼈아프게 들어야 한다. 결국 과시용 업적 쌓기만 생각하고 사업을 추진한 단체장, 예산 감시를 제대로 하지 못한 지방의회, 결과적으로 시설사업기본계획을 엄밀하게 따지지 못한 중앙부처가 합작으로 ‘지자체 대재앙’을 만든 셈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이 보고 있다. 용인시의 경우 경전철 건설비 부담 때문에 심각한 재정위기에 빠져 복지센터·보훈회관·노인복지관·시민체육공원 등 10여 개 공공청사 건립과 일부 도로 개설을 잠정 중단하기까지 했다.

 이제 남은 일은 두 가지다. 하나는 해당 지자체가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며 지역사업의 재정적·정치적 부담을 끝까지 지는 일이다. 이는 ‘기회는 평등하게 주되 결과에는 책임을 진다’는 지방자치의 원칙에 부합하는 책임 있는 자세다. 또 다른 하나는 앞으로 지자체들이 다른 사업을 추진할 때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는 일이다. 할 수 있는 일과 하면 안 되는 일, 주민이 원하는 일과 단체장이 치적으로 남기기를 바라는 일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했을 때 어떤 일이 생기는지를 이번 사태에서 똑똑히 배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