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차 때 발로 차인 소아마비 어린이의 맺힌 설움|난폭 여차장은 무서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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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그날 이후 다섯 살 난 훈(가명)군은 한사코 엄마와는 밖에 나가지 않았다. 엄마는 외출할 때마다 가슴이 메어졌다. 훈 군은 소아마비…
『차장 아줌마가 무서워!』뇌까리곤 했다. 훈 군은 그날 엄마와 함께 차를 타려다가 난폭한 여 차장의 발길에 채었던 것이다.
지난 4일 하오 6시 50분 서울 종로 2가 좌석「버스」정류장에 장위동 행「버스」가 멎었다. 문이 열리자 엄마 김모(29·성북구 장위동·모 대학 교수 부인)씨는 승강구에 재빨리 훈 군을 안아 올렸다. 『손님이 내리거든 타세요!』차장은 훈 군을 발로 밀어냈다. 손님이 모두 내렸다. 「러쉬아워」에 몰렸던 손님들은 모자를 밀어젖히고 차에 올랐다.
뒤 처진 김씨는 다시 훈 군을 안아 올렸다. 『못 타요』차장은 발길로 .훈 군의 가슴을 걷어찼다. 김씨는 훈 군을 안은 한 손으로 차장의 손목을 잡았다.
「태워줘요』애원했다. 차장은 훈 군을 다시 밀어냈다. 차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약 3미터 가량 매달려가면서 『두 시간이나 기다렸어요! 제발…』김씨는 빌었다. 쾅, 문이 닫히고 훈 군을 안은 김씨는 비틀거렸다. 김씨는 서러웠다. 어린것이 몸이 불편한 것도 슬픈데 그렇게까지 박대하다니…. 설움이 북받쳐 올랐으나 눈물조차 나지 않았다. 「코로나·택시」를 잡아탔다. 운전사에게 하소연하며 그 난폭한 「버스」를 잡아달라고 했다.
종로5가에서 그 「버스」를 뒤따랐다. 『아주머니 25557호, 저 차입니다. 빈틈없이 입석한 만원「버스」군요』 「택시」운전사도 김씨의 말에 분격했던 모양이었다. 『꼼짝못하게 신고용지를 얻어 시청운수 행정과에 고발하세요』신고 방법까지 일러주는 것이었다.
장위동「버스」종점에서 차비 2백원을 내고 기다리기 10분. 그 「버스」는 왔다. 김씨는「버스」에 다가갔다. 『몇 호냐』고 김씨는 차장에게 물었다. 『직접 보세요』라는 차디찬 대답. 「너 나 모르겠니?』 「네 알아요, 종로2가에서 이차 타려다가 못 탔잖아요! 왜요?』시비를 거는 듯한 말투였다.
김씨는 참고 운전사에게 신고용지를 요구했다. 운전사는 이유를 물었다. 너무나 불친절하다 고 김씨는 설명하면서 따졌다. 『어디서 굴어먹던 게 꼴사납게 행패냐』차장이 끼어 들어 마구 욕설을 퍼부었다. 김씨도 지지 않고『손님에게 이토록 모욕을 줄 수 잇느냐』고 대들었다. 『내가 사람을 죽였냐? 왜 신고용지는 못 줘!』 차장은 계속 욕설을 퍼부었다.
분통이 폭발한 김씨는 자신도 모르게 차장을 쥐어박았다. 차장도 김씨의 가슴을 때렸다. 김씨는 나동그라졌다. 훈 군은 울음을 터뜨렸다. 차장은 훈 군에게도 입에 담지 못할 저주를 퍼부었다. 1시간동안 싸웠다. 주위는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모두들 구경만 하고 있었다. 김씨는 신고용지를 받지도 못한 채 집에 돌아와야만 했다. 하룻밤을 울어 지새운 김씨는 지난 5일 서울시 운수행정과에 고발했다. 또다시 9일엔 서울시경교통과에 고발했다.
서울시경은 13일 운전사와 차장을 소환했다.
운전사는 신고용지는 위반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주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여차장은 『나에게 무슨 죄가 있느냐?』고 앙칼지게 말했다.
이 사건을 맡게된 시경교통과 길육 단속계장은 기고만장하여 항의하는 운전사와 차장을 차근히 타일렀다. 『운수업은「서비스」업. 당신들은 손님들에게 무엇보다도 친절해야만 한다… 그 부인이 왜 당신을 2백원이나 주면서「택시」를 타고 추격 해야만했나? 그때의 어머니의 마음을 생각해 보라…』고.
결국 차장도 운전사도 고개를 숙였다. 우선 김씨의 집을 찾아가 깊이 사과하겠다는 각서를 그들은 길 계장 앞에서 썼다. 하지만 이들이 김씨 모자에게 입힌 깊은 상처가 한마디의사과로 상쇄될 수 있을 것인지… 【이원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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