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맨 정신 무시하는 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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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은 저쪽에서 무얼 피우고 있는가? 한국의 담배 판매 공기업이 세계에서 가장 큰 스포츠 행사인 월드컵을 이용해 담배를 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공을 차고 있는 축구 선수의 모습이 그려진 담배가 5월31일 개막하는 월드컵 기간에 판매될 것이다. 공교롭게도 5월31일은 세계 금연의 날이다. 하지만 한국 담배인삼공사 직원들은 달력에 이날을 표시해두는 것을 잊어버린 것 같다.

한국담배인삼공사 대변인은 한국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월드컵의 축제 분위기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좋은 생각이다. 하지만 방법이 틀렸다. 월드컵 후원자들은 그간 이 대회를 금연 월드컵으로 치르려고 노력해왔다. 물론 마땅히 그래 야만 한다. 담배 회사들이 우리를 믿게하려는 것과 달리 담배와 스포츠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운동 선수들은 대개 일반인보다 더 건강하다. 일부 담배 회사의 간부들까지도 현재 인정하고 있듯 흡연은 폐암을 비롯한 각종 질환을 유발한다.

한국 정부는 아직도 한국담배인삼공사 지분의 3분의 1을 소유하고 있다. 정부가 왜 여전히 담배 판매에 관여해야 하는지의 명분도 분명치 않다. 그러나 적어도 보건복지부는 너무나도 많은 한국인들이, 특히 수많은 남성들이 흡연자란 사실을 파악했다. 보건복지부는 한국담배인삼공사의 이번 계획을 듣고 크게 반발했다. 하지만 담배인삼공사는 물러날 태세를 전혀 보이고 있지 않다.

원칙적으로 월드컵 담배가 월드컵 인가 규정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담배인삼공사의 이런 움직임은 정부의 금연운동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다. 이 같은 사태는 무얼 의미하는가? 한국정부는 전세계에서 월드컵을 관전하러 올 것으로 예상되는 수십만명의 관광객들에게 한국을 홍보하는데 최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화장실에서 반짝반짝 윤이 나도록 하고 중국 관광객들에게 딤섬을 제공하기 위해 요리사들을 훈련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이것은 분명 한국을 좀 더 나은 이름으로 인식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한국담배인사공사가 이 잔치를 망치고 있다는 점도 명심 해야 할 것이다.

DONALD MACINTYRE (TIME) / 김내은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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