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의 대통령 수다, 미국이 활짝 웃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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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현직 대통령 5명이 25일(현지시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기념관 헌정식을 위해 모였다. 왼쪽부터 버락 오바마 대통령,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조지 부시,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댈러스 AP=뉴시스]

축하 연설을 하러 단상에 오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이건 내 기념관보다 더 크다”고 너스레를 떨자 좌중엔 폭소가 터졌다. 클린턴은 “내 역점사업 중 하나였던 글로벌 헬스케어 사업을 계승해줘 고맙다”며 “서로 논쟁하고 다른 생각을 갖는다는 건 민주사회에서 중요한 가치”라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연설을 마친 클린턴에게 다가가 “잘했어. 친구(buddy)”라며 끌어안았다. 퇴임 대통령으로 평화운동에 매진해 온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부시가 재임하던 시절 유난히 비판을 많이 했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단골 소재였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카터는 “부시가 재임 중 아프리카 수단의 내전을 종식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덕담을 했다.

 네 명의 전직 대통령들 앞에 선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격려와 덕담 대열에 합류했다. 오바마는 “취임 첫날 집무실 책상 위에 놓인 부시의 편지를 읽고 뭉클했다”는 말로 연설을 시작했다. 미국에선 퇴임하는 대통령이 새 대통령에게 행운을 빌어주는 편지를 써서 집무실 책상 위에 두는 게 관례다. 오바마는 “어떤 사람을 안다는 건 그를 좋아한다는 것”이라며 “부시는 좋은 사람”이라고도 했다. 부시는 또 오바마를 포옹했다.

  살아 있는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 5명이 25일(현지시간) 한자리에 모였다. 텍사스주 댈러스 서던메소디스트대학 캠퍼스에서 열린 43대 대통령 부시 대통령기념관 헌정식에서였다. 다음 달 1일 개관을 앞두고 축하하기 위한 자리였다. 1만여 명이 참석했다. 민주당 출신 3명(카터·클린턴·오바마)과 공화당 출신 2명(부시 대통령 부자)의 대통령이 모인 자리였지만 정파와 이데올로기는 없었다. 서로를 껄끄럽게 할 이라크 전쟁 등은 각자가 연설 주제에서 스스로 뺐다. 5명의 ‘대통령들’이 주고받는 농담과 칭찬, 포옹을 미국민들은 63분간에 걸쳐 CNN을 통해 지켜봤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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