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 차관업체의 정부 진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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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영기업체의 「경영실태보고서」와 「외자관리기업체운영실태보고서」는 다같이 정부자체의 자기진단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그 평가가 매우 신랄하다는 점에서 주목될만하다.
성질상 이두 보고서는 자기진단이기 때문에 진실을 많이 숨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타난 결과는 매우 충격적이라는 점에서 오늘날 국영기업체의 운영상태가 얼마나 무질서한가를 짐작케 할 뿐만 아니라 경제개발의 업적에 도취되고있는 정부의 외자도입정책이 허점투성이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우선 왜 오늘날 23개 국영기업체가 거의 적자운영을 하게되었는가를 냉정히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국영기업체의 요금이나 가격은 해마다 이른바 현실화정책이라는 미명 하에 인상되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적자경영을 하게된다는 것은 어딘가 기본적인 병리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황 무임소가 지적한 많은 시정사항도 주목되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국영기업체를 사물시하는 인사정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 국영기업체의 장은 대부분 적격자가 아닌 예편군인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도 널리 알려져 있는바와 같다. 이러한 정실인사는 국영기업체의 내부에서도 정실인사를 불가피하게 만드는 것이며 실력이나 능력이야 있든 없든 연분이나 줄만 있으면 좋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풍조를 만들었다. 적격자가 아니기 때문에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공금을 사물화하지 않을 수 없게되고 위 사람이 그렇게 하니까 결과적으로 아래 위 사람 없이 가능하면 사적 치부를 하고 그 일부로 자리를 유지하자는 부패행위가 일반화하게 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국영기업체의 내부사정이 부패와 무질서의 극을 달리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공공요금을 인상했댔자 밑 빠진 시루에 물 붓는 격이 되고 마는 것이다. 이러한 약점을 이용해서 주무청의 관리들이 손을 뻗치고 있는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다. 오늘날 주무청의 사무관 정도의 관리가 기업체의 임원에게 술값을 갚아 달라, 돈을 내라고 손을 벌려도 어김없이 이를 감수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는 풍설이 자자한 것도 따지고 보면 정실인사에서 비롯된 부패의 상승작용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내각기획조정실의 외자관리기업체에 대한 실태보고서도 국영기업체의 적자운영과 그 질을 같이하는 면을 보여주고 있다.
경영능력이나 내자조달능력이 없는 사이비 기업가들에게 나눠먹기 식으로 외자도입을 허용하고 있다는 비난을 묵살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기업경영의 능력과 내자조달능력이 없는데도 차관을 허용하지 않으면 아니 된 배후를 우리가 알 수는 없는 것이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부패와 대불 그리고 국민적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는 점도 심상히 보아서는 아니 될 것이다. 기껏 들여온 외자가 국제단위에 크게 미달해서 독점적 시장 보호나 금융상의 특혜를 주지 않고서는 기업으로서의 성산이 없는 기업만을 남겨놓는다면 외형적인 건설이 무슨 실질적 의의를 갖는 가도 심각히 재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의 무모한 외자도입정책이 이미 대불누증으로 심각한 금융파동요인을 형성시켜가고 있으며 이를 계수상의 분식으로 수습하려는 오늘날의 외자도입정책은 근본적으로 시정되어야할 것이다. 경제개발5개년계획의 핵심체라 할 국영기업체와 외자도입사업의 부패와 비효율을 정화 시정하지 않는다면 계획적 개발정책은 수포화 할 것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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