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힌 정국」 타개의 길은…재야인사의 수습방안 (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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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장이욱(전주미대사)>
6·8총선 후유 파동으로 빚어진 만성화한 정국경색을 해소하고 난국을 수습할 수 있는 기본바탕은 모든 여·야 정치인들이 참되고 거짓 없는 정신적 자세를 갖추어 당면 문제에 관한 서로의 주장과 입장을 얘기할 수 있는 대화의 광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여·야의 대화의 광장은 비단 현 정국을 수습하는 문제 뿐 아니라 모든 정치적 문제해결을 위해서 항상 유지되어야 한다.
6·8총선 이후 가장 통탄할 일은 거짓된 요소가 도처에 풍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6·8총선 기간중 대통령이하 정부 각 부처 장관급 인사들의 빈번했던 지방행정시찰과 각종 사업기공식 참석은 많은 국민들에게 간접적 선거운동이라는 느낌을 갖게 한 것 같다.
이 같은 의심을 갖게 했다면 지금이라고 양심에 비춰봐서 거짓말한 것으로 판단되면 『지난날에는 행정시찰이라고 했으나 간접적 선거운동이었다』고 잘못을 시인하면 국민들의 의심을 해소될 것이다.
과오를 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총선거를 다시 해야하는 방법과 총선을 하지 않고 해결하는 방법 등 어느 것이 국민과 국가에 이익이 되는가는 서로 대화를 통해서 의논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시국수습을 앞에 둔 야당의 대여투쟁자세는 공화당 정권에 대해 명확한 태도를 갖고 있지 못하다. 현 정권에 대해 서로 정책을 다루겠다는 입장이면 문제가 없겠으나 현정권을 마음속으로 부인하고 갈아치워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체면 때문에 국민에게는 『우리는 정책을 다루는 것이지 현정권 자체를 부인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태도라면 거기에도 진실성의 문제가 있는 것이다.
강경파니 온건파니 서로 주장이 엇갈려 현정권을 어떻게 보느냐는 시국관에 대해 공통된 견해를 갖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야당 자체내의 가장 큰 문제점이며 이로 인해 대여투쟁은 무디어지는 것이다.
정책을 다룸에 있어 정권자체에 어떤 의심이나 불순한 생각을 버리고 야당 자체내의 확고한 당론을 정비하지 않고는 항상 파벌싸움에서 허덕이게 된다. 여·야 모두 진실성을 갖고 당면문제에 관해 서로의 입장과 주장을 얘기할 수 있는 대화의 통로가 하루빨리 열려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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