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브럼슨 NYT 편집인 "과거엔 속보가 중요 지금은 정확성 원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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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혁명 속 위기를 맞은 전통 언론의 대응 방향을 논의한 ‘온라인 저널리즘 국제심포지엄’(19∼20일·텍사스 오스틴)에선 회의도중 나타난 한 여성에 시선이 집중됐다. 신문 기사의 온라인 유료화 시도를 하고 있는 뉴욕타임스(NYT)의 편집인(executive editor)인 질 에이브럼슨(59)이었다. 무려 8년간 NYT 편집국장을 지냈고 2011년 NYT 역사상 처음으로 편집인이 된 여성이다. 지난해 포브스가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5위’로 선정했다.

 면바지에 운동화 차림으로 심포지엄에 늦게 도착한 에이브럼슨 편집인은 “보스턴 폭탄 테러 취재 때문에 밤새워 일하느라 잠을 설쳤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는 “과거에는 마감과 기사의 속보(faster)가 중요했지만 지금 독자들은 무엇보다 정확한(right) 기사를 원한다” 고 말했다.

 심포지엄의 화두였던 신문 콘텐트의 온라인 유료화와 관련해 에이브럼슨 편집인은 자사가 보도한 기사인 ‘Snow Fall’(2012년 12월 21일자)을 예로 들어 신문 콘텐트의 멀티미디어 가공과 디지털 기술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 기사는 캐스케이드 산(Cascade)에서 16명이 스키와 스노보드를 타다 겪은 눈사태 기사의 내면을 심층추적한 내러티브(narrative) 뉴스로 올해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특히 기사가 신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공들인 그래픽과 관련자 증언 동영상 등이 추가돼 한 편의 다큐 영화로 탈바꿈한 사례였다. 이 기사 이후 미 언론계에선 ‘snow fall’이란 단어가 “콘텐트를 멀티미디어로 가공하다’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에이브럼슨 편집인은 “이 사건은 신문에는 1만7000단어라는 매우 긴 기사로 나갔다”며 “늘 이렇게 긴 스토리를 작성할 수는 없으며 독자가 이를 간접 경험케 하고 스토리를 풍부하게(rich) 만들도록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능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기사만 잘 쓰는 사람은 앞으로 NYT에서 일할 수 없다”며 “디지털 기술을 안 배우는 것은 ‘호기심 부족’이라는 중대한 자질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텍사스 오스틴=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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