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모리에 핀 '작은 통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얼음판의 붉은 악마'였다. 그들은 강하고 용감했다.

북한은 30일 미사와 빙상장에서 열린 아오모리 겨울아시안게임 여자아이스하키 첫 경기에서 강력한 우승후보 카자흐스탄과 팽팽한 접전을 펼친 끝에 2-3으로 아깝게 패했다. 그러나 북한은 맹렬한 투지와 탄탄한 기본기를 과시하며 선전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경기가 끝난 뒤 양팀 선수들이 마스크를 벗고 정렬하자 북한의 한 관계자가 말했다. "저 아이들은 아시아 사람이 아니구만…". 북한 선수단의 아쉬움이 짙게 묻어난 한마디였다.

이어 벌어진 경기에서 한국은 일본에 21-0으로 대패했다. 99년 강원대회 때 일본에 0-23으로 참패했던 한국은 이날도 일방적으로 몰리며 소나기골을 허용했다. 탈북자 출신 황보영(24)은 태극마크를 달고 첫 국제 경기에 출전했다. 이날 경기장에서는 '작은 통일'이 이뤄졌다.

단체응원온 44명의 조총련계 조선학교 학생들은 '필승 통일 COREA'라는 현수막을 펼쳐놓고 남북한을 열렬히 응원했다. 또 미리 준비해온 응원 메시지를 한국 아이스하키팀 정운익(60) 단장에게 전달했다. 두꺼운 도화지 10여장에 '지지 마라', '기백으로 이겨라' 등 구호를 적고 그림도 그렸다.

학생들은 한.일전 경기 내내 플라스틱 확성기로 "잘하라 잘하라"를 외쳤고, 2피리어드부터는 지난해 월드컵 응원가인 "오 필승 코리아"를 부르기도 했다. 이들은 2월 3일 남북한 경기에서도 한반도기를 흔들며 남북한을 '공평하게' 응원하기로 했다.

아오모리=정영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