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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은 숫자일 뿐…하위랭커 승률 70% '반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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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2013 바둑리그 개막전 첫판에서 한게임 주장 김지석(왼쪽)이 포스코 켐텍 주장 강동윤을 꺾은 뒤 복기하고 있다. 그러나 승부는 포스코 켐텍이 3 대 2로 이기며 서전을 장식했다. 베일 속의 괴소년 신진서는 2대2 상태의 마지막 결정판에서 목진석에게 승리하며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사진 = 한국기원]

소년 이창호는 14세 때 국내 대회에서 우승했다. ‘지지 않는 소년’이란 별명이 그를 따라다녔다. 25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바둑의 전설’ 이창호는 팀의 주장이 아닌 2지명이 됐다. 팬들은 의문부호가 찍힌 시선으로 그를 지켜본다.

과연 이창호는 살아남을까. 다시 꽃필 수는 없을까. 또 다른 궁금증이 있다. 13세 소년 신진서다. 괴초식의 바둑으로 가능성만은 바둑계 제일로 꼽히고 있는 소년이기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 두 사람은 바둑리그의 가장 큰 변수요 화제가 아닐 수 없다.

 2013 KB바둑리그가 개막돼 두 개의 경기가 치러졌다. 특징이라면 하위 랭커의 대반란. 하위 랭커가 70%를 이기며 랭킹을 허수아비로 만들었다.

그 반란에 이창호와 신진서도 한몫했다. 11~12일엔 한게임과 포스코 켐텍이 격돌했다. 양 팀의 선봉은 김지석과 강동윤. 주장 대 주장의 대결인데 결과는 김지석의 승리. 최근 상승세를 타며 랭킹이 3위로 치솟은 김지석이 랭킹 8위의 강동윤을 이겼다.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러나 2국부터 혼돈이 시작됐다. 김동호(35위)가 이동훈(20위)을 꺾었고 조인선(54위)은 나현(15위)을 격파했다. TV 속기는 젊을수록 강하다는 게 정설이다. 그래서 15세 이동훈은 한게임의 2지명으로 뽑혔고 17세 나현은 포스코의 2지명이 됐다. 한데 결과는 예상을 철저히 빗나갔다. 군대에서 막 제대한 김주호(42위)가 진시영(28위)을 이긴 것도 놀라웠다.

 여기까지 팀 전적 2 대 2가 되면서 드디어 마지막 제5국, 목진석(17위) 대 신진서의 대결이 시작됐다. 2000년생으로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신진서의 프로 성적은 7승5패. 그것만 보면 5지명도 힘든데 포스코 김성룡 감독은 그를 3지명으로 뽑았다. 바둑은 백을 쥔 목진석의 완승 무드로 전개됐다. 초반 신진서의 행마가 비틀거렸다. 그러나 신진서는 중반부터 괴력을 드러내며 판을 뒤집었고 결국 승리했다. 아직 랭킹도 없는 ‘꼬마’는 인터뷰에서 “기왕 바둑리그에 들어왔으니 50%는 이기고 싶다”고 젊잖게 말했다.

 승부 세계의 수레바퀴는 어김없이 굴러간다. 그러나 13~14일 열린 넷마블 대 티브로드의 대결은 또 다른 혼돈을 불러온다. 넷마블의 2지명 이창호(13위) 선수가 티브로드 주장 조한승(5위)을 깨끗이 쓰러뜨린 것이다. 장고바둑인 탓도 있겠지만 바둑 내용이 아주 좋았다. 팬들은 다시 기대를 품어본다. 이런 기대는 이창호가 은퇴하는 날까지 그치지 않을 것이다. 이날 넷마블은 이창호의 승리가 유일한 승점이 됐다. 주장 박영훈(4위)이 김세동(32위)에게 지며 팀 전적 1 대 4로 패배했다.

 단 한 경기를 치렀지만 의문표를 달고 다녔던 신진서의 주가는 크게 올라갔다. 주장 완장을 벗고 부담감을 털어낸 이창호도 기대감을 갖게 한다. 이번 주는 최강팀으로 지목되는 박정환의 정관장이 Kixx와, 최약팀으로 지목되는 SK에너지가 이세돌의 신안천일염과 맞선다. 개막 첫 주는 하위 랭커 승률이 70%였는데 이번 주에도 반란이 계속될지 궁금하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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