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윤진숙 해수부 장관 임명 강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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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청와대에서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주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자질 논란을 빚었던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줬다. 민주통합당이 끝까지 반대한 윤 장관 임명을 강행하면서 ‘식사정치’로 간극을 좁혀오던 청와대와 야당의 관계가 다시 긴장 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박 대통령은 또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 채동욱 검찰총장에게도 임명장을 수여했다. 채 총장을 제외한 장관급 세 명은 야당이 “임명 불가” 의견을 낸 상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취임 50일이 지나도록 내각 구성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는 사정을 들어 온전한 정부를 출범시키는 쪽을 택했다.

 박 대통령은 임명장 수여식에서 윤 장관에게 “자원전쟁의 시대에 있으니 그(해양수산) 분야에 경쟁력을 갖도록 잘해달라. 여성으로서 몇십 년 동안 관심 갖고 연구원으로 일했으니 잘해달라”고 당부했다고 김행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윤 장관은 “우뚝 설 수 있는 해수부를 만들겠다. 대통령과 국민들께 염려 끼치지 않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반발했다. 박기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윤 후보자 임명은 인사 참사(慘事)의 화룡점정”이라며 “박 대통령이 두고두고 화근거리를 안고 가게 되는 결과가 될 것임을 경고한다”고 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임명 강행은 국민과 국회를 무시하는 결정이자 또 다른 불통정치의 시작”이라며 “여야 모두가 반대하고 국민들이 거부한 윤 후보자 임명 강행은 정국 불안뿐 아니라 민심 폭발의 뇌관을 건드리는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도 마뜩잖게 여기고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뜻이 완강해 더 이상 이 문제를 거론하지는 않겠다는 분위기다. 이상일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윤 장관에게 임명장을 주었지만 윤 장관의 업무 능력과 역량에 대해 많은 국민이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윤 장관이 청문회 때 보여준 어처구니없는 모습을 재연하는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또 “‘식물 장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에 윤 장관은 ‘어처구니가 없다’고 했는데 그런 반박이 옳았다는 것을 실력으로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앞서 윤 장관은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식물 장관이 될 우려가 있다”(14일)고 말하자 “어처구니없는 이야기”(15일)라고 반박하며 공방을 벌였었다.

 ◆공무원 교육원장에 유영제=박 대통령은 이날 중앙공무원교육원장에 유영제 서울대 화학생물학부 교수를 임명하는 등 안전행정부 산하 기관의 차관급 세 명에 대한 인사를 발표했다. 소청심사위원장엔 김상인 안행부 창조정부 전략실장(직무대리), 개인정보위 상임위원엔 전충렬 안행부 인사실장을 각각 임명했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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