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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원두커피 한 우물 … 커피도 벤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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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이은정 한국맥널티㈜ 대표는 “신성장동력으로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이 벤처기업”이라고 말했다. 한국맥널티㈜는 500여 종의 커피 레시피와 특허를 보유했다. [김성룡 기자]

“커피도 벤처다.” 이은정(49) 한국맥널티 대표는 “흔히 벤처라고 하면 정보기술(IT) 분야를 떠올리는데 나는 어느 업종이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써 고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이 벤처라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믹스커피’가 대세던 1990년대 초반 한국 커피시장에 겁 없이 ‘원두커피’로 승부를 걸었다. 원두커피 보급화를 펼친 그는 한국맥널티를 국내 원두커피 시장 1위 기업으로 키워냈다. 2004년에는 커피업계 최초로 벤처기업 인증도 받았다. 지난해 12월에는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으로 선임됐다. 지난달 22일 서울 연희동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 원두커피 회사를 하게 된 이유는.

 “90년대 초 다니던 회사에서 해외 물건을 수입해 소개하는 업무를 했다. 그때 원두커피를 처음 접했고 ‘이거 우리나라에서도 먹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93년 29세 나이로 원두커피 사업에 뛰어들었다. 대형 할인점 중심으로 물건을 납품했고 3개월 만에 판매 1위에 올랐다.”

 - 당시 대세는 ‘믹스커피’ 아니었나.

 “처음에는 마시는 방법을 몰라 ‘왜 물에 섞었는데 가루가 다 안 녹느냐’며 따지는 손님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욕심이 생겨 국내 최초로 헤이즐넛 향 커피, 지퍼백형 포장법을 개발하고 액상 커피, 캡슐 커피 등을 소개하며 원두커피 ‘보급화’에 나섰다. 사실 커피도 벤처다. ‘스타벅스’는 시애틀의 작은 커피숍으로 시작해 새로운 트렌드를 창조해내지 않았나.”

 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맥널티도 위기를 맞았다. 원가를 줄이기 위해 국내 중소기업 중 처음으로 공장을 세우고 원두커피 생산에 돌입했다. 그 결과 한국맥널티는 직원 수 120명에 연매출 200억원인 강소기업으로 성장했고 500여 종의 레시피와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 여성벤처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는데.

 “국내 여성 벤처인은 정말 똑똑하고 워크홀릭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기업 환경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한다. 무엇보다 남성 기업인의 ‘형님·동생’ 네트워크가 큰 벽이다. 이겨내려면 제품의 질로 승부해야 한다. 일과 가정의 양립도 많이 어려워한다. 이러한 애로사항을 알리고 새로운 기업 문화를 만들어나가고 싶다.”

 - 정부에 바라는 점은.

 “실력은 있지만 사업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 벤처인을 위해 볍씨를 모판에 키워 논에 옮겨 심듯이 세심한 지원책을 마련했으면 한다. ”

 이 대표는 “지금도 늘 꿈을 갖고 일한다”며 얼마 전 정립했다는 ‘버스 이론’에 대해 설명했다.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면 시간이 조금 걸려도 언젠가 버스는 반드시 온다. 당장 꿈꾸는 목표가 불가능한 것처럼 보여도 내가 가고자 하는 분야(버스정류장)에서 시간을 갖고 기다리면 분명히 기회(버스)는 오게 돼 있다.” 그가 후배 여성 벤처인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다.

글=홍상지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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