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운영사 갈등 여전 … 용인경전철 잘 굴러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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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경전철 지석역 출입구에 ‘무단 출입을 엄금한다’는 경고문이 걸려 있다. 개통이 코앞이지만 대부분의 역사 부대시설이 갖춰지지 않았다. [최모란 기자]

16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용인경전철 지석역. 역사로 들어가는 4개 출구와 엘리베이터에는 모두 ‘무단 침입을 엄금합니다’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 유리창 너머로 들여다본 역사 안은 자판기 불빛 하나도 깜빡이지 않았다. 주민 이지영(43·여)씨는 “역사가 들어선 지는 몇 년 됐지만 문이 열린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세금만 낭비하는 경전철은 용인시의 재앙”이라고 말했다.

 용인시는 경전철을 오는 26일 개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대시설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해 불완전한 개통이라는 지적이다. 용인시는 2004년 7월 경전철 사업계획을 확정했다. 민간 사업자가 건설 비용을 부담하고 이후 운영비로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BTO)으로 1조32억원을 들여 건설했다. 기흥구 구갈동을 출발해 동백지구 등을 거쳐 에버랜드로 이어지는 15개 역 18.1㎞ 구간이다. 경전철은 당초 2010년 7월 완공과 동시에 개통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용인시와 운영사인 용인경전철㈜이 최소수입보장 비율(MRG·적자운영비 보조금) 등을 놓고 법정 다툼을 벌이면서 2년10개월을 허송세월했다.

 개통 예정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역사 안은 완공 이후 변한 게 없다. 역사 15곳 중 신분당선 기흥역과 연결된 구갈역을 제외한 모든 역사는 텅 비어 있다. 매점은 물론 자판기도 없다. 흔한 광고판도 하나 안 붙어 있다. 용인시와 용인경전철㈜, 지난해 새로운 투자자로 영입된 칸서스자산운용㈜ 사이에 투자·운영비 지급과 책임 분배 방식 등이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용객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용인시는 2004년 하루 16만1000명이 이용할 것으로 보고 MRG 비율을 90%로 정했다. 실제 운임 수입이 예상치의 90% 미만이면 그 차액을 시가 메워준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2010년 경기개발연구원의 조사에선 예상 이용객이 3만2000명으로 떨어졌다. 2004년 수요 예측치가 부풀려진 것이다.

 주민들은 최근 잘못된 용인경전철 문제를 파헤쳐 달라며 경기도에 감사를 청구했다. 유진선(50·여) 소송단 공동대표는 “경전철이 다니는 구간마다 버스가 다니고 요금도 1300원으로 비싸서 이용객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잘못된 시책 추진으로 발생한 세금 낭비의 책임 소재를 밝혀야 한다”고 했다. 용인시의 부채는 현재 2조2000여억원에 달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용인시와 용인경전철㈜은 운영비 보전액 문제를 놓고 다투고 있다. 용인시는 재정난 등을 이유로 연간 270억원의 운영비만 지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용인경전철㈜은 352억원을 요구하고 있다. 협상에 난항을 겪자 용인시는 ‘운영비 보전액이 타결되지 않으면 개통을 미루겠다’며 버티고 있다. 협상 타결이 안 될 경우 26일 개통이 미뤄질 수도 있다. 용인시 정진교 경량전철과장은 “두 기관 모두 ‘더 이상 개통을 미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며 “정상 개통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용인=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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