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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와 응용 - 박봉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오는 8월 26일은 전기의 어머니인 영국의 물리학자이며 화학자인 「미카엘·파라데이」의 1백 주기이다. 오늘의 과학을 이룩하는데 큰 공적을 남긴 과학자는 많이 있지만 그 중의 하나로서 「파라데이」가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는 발견의 천재이었다. 예를 들면 전자감응이라는 대단히 큰 의의가 있는 발견을 한 사람은 바로 그였다. 이 기초원리를 몰랐다면 큰 장치로 전기를 일으킬 수는 없었을 것이다.」
「파라데이」가 나고 성장한 영국의 사회는 바로 산업혁명의 시대였고 당시 여러 가지 대규모공업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파라데이」는 자기가 연구한 결과들의 실제응용까지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전기력의 응용은 「파라데이」의 기초연구가 나오고 나서 바로 다른 사람에 의해서 실현되었다. 그 안에서 가장 현저한 것은 「모터」이었다.
이로써 전기력이 널리 사용되게 되었으니 이 사실은 기초과학이라고 하는 것이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가를 가르치는 가장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우리는 전기가 없는 세상 또는 「모터」가 없는 문명사회를 상상할 수 있겠는가?
「파라데이」 자신은 기계를 발명해서 세상에 편의를 주려고, 사업가에 돈벌이를 시켜주려고 연구를 한 것은 아니었다. 과학이 그저 좋아서 여러 가지 연구에 몰두하여 아직 아무도 알지 못하는 새로운 사실을 하나 하나 밝혀낸 것뿐이다. 연구라는 것은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저 좋아서 연구하는 것이 아니면 자연의 수수께끼는 풀 수 없는 것이 아닐까? 눈앞의 응용만을 목적으로 해서는 도저히 일반성 있는 진리에 도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세상에는 무언가 바로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은 가치가 없는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지만 사람에게는 각각 그의 특징이 있어서 「파라데이」같이 근본원리에 흥미와 능력이 있는 사람은 연구에 전념해야 하고 기초원리를 알아서 그의 세부적인 응용을 고안하는데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응용의 일을 맡기는 것이 옳을 것이다. 기초가 있고 응용이 있는 것이지 처음부터 응용이 있는 것은 아니다. 기초과학의 연구를 존중하지 않으면 응용 그 자체도 성립할 수 없는 것이다.
「파라데이」같은 이는 그의 발견의 어느 하나만을 토대로 해서도 거부가 되는 것은 용이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런데는 흥미를 느끼지 않았고 실험실에만 들어앉아서 연구를 계속하였다.
이는 인간의 하나의 살아가는 길을, 존경할 만한 인생의 길을 보여준 것이라 할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과학기술 진흥을 부르짖는 가운데 「과학」이란 말이 사용되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그 모습을 찾기가 힘드는 실정이다. 응용연구에 급급한 나머지 기초과학에의 충분한 배려를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파라데이」1백 주기에 붙여><서울대공대교수·물리학·이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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