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아사히야마와 김천, 그리고 진주의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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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황선윤
사회부문 기자

인구 30만 명이 안 되는 일본 아사히가와에 있는 시립 아사히야먀 동물원은 국제적 관광 명소다. 규모가 작고 접근성도 낮지만 동물원은 연간 300만 명 이상의 관람객으로 붐빈다. 15년간 경영난에 허덕이며 폐원 위기에 있던 것을 사육사 출신 고스케 마사오(小菅正夫) 원장이 취임한 뒤 의기투합해 되살린 결과다. 그는 공무원 신분으로 타성에 젖어 있던 직원들을 설득하고 함께 머리를 싸맨 끝에 다른 동물원과의 차별화만이 살길이란 결론을 얻었다. 그 결과 수조터널을 만들고 펭귄을 관람객의 머리 위로 헤엄치게 해 ‘펭귄=새’란 사실을 새삼 일깨우고, 유리막을 사이에 두고 사나운 맹수와 눈을 마주치며 교감할 수 있게 하는 등 혁신적인 전시 방법을 고안했다. 직원 모두가 변화의 주체가 돼 실천함으로써 성공을 거둔 사례다.

 경영 부진으로 문을 닫을 뻔한 공공기관이 되살아난 예는 멀리 가서 찾을 것도 없다. 24년 동안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하다 지금은 전국 유일의 흑자 공공병원이 된 김천의료원이 그 예다. ( 중앙일보 4월 10일자 8면)

이 역시 2009년 취임한 김영일(59) 원장이 솔선수범의 리더십으로 강성 노조의 영향 아래 있던 직원들을 설득하고 똘똘 뭉친 결과, 서비스의 질을 높여 병원을 되살린 경우다.

 폐업의 기로에 선 진주의료원에도 이런 기회가 없었던 게 아니다. 하지만 직원들은 스스로 이런 기회를 팽개쳤다. 지난해 6월 김천의료원 회생의 또 다른 주역이던 박우현(41) 팀장을 경영개선실장으로 영입하려던 것을 직원들이 ‘노조 파괴 전문가’라며 반발해 무산시킨 것이다. 노조는 당시 박씨를 영입하지 않는 조건으로 경영개선계획에 합의했지만 현재까지 실천된 건 거의 없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폐업이란 극약처방을 꺼내 든 것도 회생 노력을 외면하는 직원들의 모습에 좌절한 결과였을 것이다.

 18일 경남도 의회에서 해산을 명시한 조례개정안이 통과되면 곧바로 청산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면 사태는 노동계와 야권이 개입하는 진영 싸움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 제2의 한진중공업 사태로 번져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일자리 없는 노조’가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우리는 복직 후 곧바로 무급휴직에 들어간 한진중공업 근로자의 예를 통해 알고 있다. 그러기 전에 진주의료원 노사는 윈윈(win-win)의 해답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해법은 이미 나와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경영진과 직원들이 똘똘 뭉쳐 뼈를 깎는 자구 노력과 함께 새 병원으로 거듭나는 것, 그것이야말로 김천의료원이나 아사히야마 동물원이 던져준 해법이 아닐까.

황선윤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