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세 프랑스 아저씨, 오토바이로 세계일주

중앙일보

입력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 디자이너 필립 스탁(Philippe Starck)의 의자, 램프, 세련된 주전자를 살 때는 전세계를 오토바이로 누비고 있는 그의 형 제라르(Gerard)를 생각하라.

동생에게 돈을 빌리고 오토바이는 제조업자에게 기증받은 이 겁없는 56세의 중년이 지구를 횡단했다.

그는 전세계 124개국 17만km를 오토바이로 여행하면서 1만1천ℓ의 석유를 소비했다.

제라르는 그의 안전을 걱정한 필립스가 "형, 여행경비를 원해요? 난 게릴라들이 형을 인질로 잡게되면 형을 구하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할텐데요"라는 대답을 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동생은 세계여행 경비로 하루에 25달러씩 사용하는 제라르에게 계속 돈을 대주고 있다.

제라르의 길고 고독한 여행은 최근 방콕에서 끝났다. 그는 발렌타인데이에 그의 연인 율라리(Eulalie)와 결혼하기 위해 방콕에 잠시 머물렀다.

그러나 그의 새 신부는 독신생활에 익숙한 남편이 전세계 192개국 중 178개국을 다 돌아보고 2003년 말 해질 녘에 오토바이와 함께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만 한다. 이럴 수 있는가?

회색 곱슬머리에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프랑스 아저씨는 그의 600cc 오토바이에서 내린 뒤 "이번 여행이 끝나면 세계를 보트로 돌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어쩌면 아내도 함께"라고 덧붙이며 그는 유쾌하게 웃었다.

길가 나무가 덮치기도.

스탁이 국제 적십자로부터 떠돌이 대사 자격을 얻어 전세계의 적십자 사무소를 순례하는 여정을 떠난 것은 5년 전이다.

그의 동생은 게릴라를 염려하면서도, 사실은 제라르의 운전을 더 많이 걱정했을 것이다.

그는 오토바이에서 59번이나 넘어졌다. 그 중에서 날씨가 아주 좋은 어느날, 탄자니아에서 길가의 나무가 그에게 쓰러졌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날은 의식용 칼을 산 다음날이었다.

그 사고는 인생에 대한 그의 생각을 바꿨다.

스탁은 "그것은 운명에 대한 신의 계시였다"고 흥분해서 말했다. 그의 생일은 11월22일로 프랑스의 드골대통령과 암살당한 미국의 케네디대통령의 생일과 같다.

그는 "나무가 나를 덮쳤고, 사람들이 돕기 위해 왔다. 그들이 떠났을 때 세가지 물건이 없어졌다. 연장 몇개와 내 선글라스 그리고 칼이었다"고 말했다.

"나는 나를 보호하기 위해 그 칼을 샀다. 하지만 운명은 나에겐 보호가 필요없다고 말했다"

러시아 여자들이 가장 아름다워

그가 세계일주를 떠난 이유 중 하나는 패키지 여행보다 그처럼 스스로 나서라고 사람들에게 장려하기 위해서이다.

그는 "그것이 당신이 삶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라고 말했다.

"당신은 부모님과 선생님이 심어준 옛 생각을 버리고, 마음을 열게된다"

"당신이 집에서 TV를 보고 신문을 읽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때로 그것은 틀리다"

스탁의 여행은 아프리카에서 출발해서 중동으로 향했다. 두번째 여정은 중남미였고, 그는 거기서 와이프가 된 율라리를 만났다.

그리고 러시아와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를 여행했다.

스탁은 그가 만난 사람들과 다양한 방문지에 대한 어떤 결론에 도달했다.

그는 "에티오피아는 대부분 녹음이 우거진 나라였다. 이슬람교도들은 너무나 친절했고, 프랑스인과 달리 길가에 오토바이를 놓아둬도 결코 훔쳐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본 사람들? 그들은 인사를 많이 했고, 거짓 미소를 보냈다.

"그들은 독일 사람처럼 규칙을 참 잘 지킨다. 그들은 횡단보도를 건널 때, 길가에 차가 없어도 녹색신호를 기다린다."

스탁은 베트남 사람들이 최악의 운전사라고 말한다. "정말 대단하다. 모든 가정에 한두대의 오토바이가 있는데,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곧 사고가 난다."

말리의 도로사정은 엉망이다. 그는 "도로는 없다. 모래뿐"이라고 말한다. 가이아나에 대해서는 "비가오는 어느날 6번 길에서 넘어졌다"고 회상했다.

그리고 그가 방문한 나라중 콩고가 가장 위험한 곳이었다고 말한다.

"그곳에는 약물에 중독된 어린 병사가 있다. 만일 그들이 당신을 죽여도 아무 문제 없다. 그곳은 아프리카이기 때문이다."

러시아 여자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

그는 애인과 함께 모스크바에서 지나가는 여자들을 쳐다보면서 반나절을 보냈다고 설명하면서 "그들은 멋진 몸을 가졌고 우아하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그들은 천편일률적인 미제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있지 않았다. 그들은 멋진 드레스를 입었고, 매우 우아했다."

총각이여 안녕

스탁의 부인인 율라리는 60살이다. 그녀는 2년전 칠레에서 그를 만난 뒤 2년동안 e-메일을 통해 정기적으로 그와 교제했다.

그녀는 그를 만나기 위해 벨기에와 러시아, 일본, 태국을 여행했다.

스탁이 마침내 총각생활을 청산하기로 결정한 것은 교통체증이 심각한 방콕의 매연 속에서였다.

그는 그의 오토바이 뒤에 흰 웨딩드레스를 입고 앉아있는 율라리의 사진을 꺼내며 "나는 그녀의 행복을 위해 결정 했다"고 말했다.

지구 주위의 네 배 거리를 여행한 뒤에 그는 율라리를 만났고 결혼에 성공했다. 그녀는 어디서 온걸까?

스탁의 고향인 파우는 프랑스 피레네 산맥의 얕은 구릉에 자리잡고 있다.

BANGKOK, Thailand (CNN) / 이의헌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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