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 자유총연맹도 "북한 어린이 돕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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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북한 어린이를 돕자는 전단지 4천장을 만들어 5일장(場)이 설 때마다 군민(郡民)들에게 나눠주었습니다. 굶주림에 고통을 당하는 북한 어린이들을 지금 당장 돕지 않으면 안된다고 호소했더니 대부분 공감하는 눈치였어요. 운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5백여명이 성금을 냈습니다."

한국자유총연맹(총재 권정달) 전남 해남군지부 장동식(張東植.61)사무국장은 중앙일보와 한민족복지재단(이사장 최홍준.부산호산나교회 목사)이 지난 9일부터 공동으로 펼치고 있는 '북한 어린이 돕기 2003 운동'이 군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며 현지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그는 이어 "군청(군수 민화식)의 협조를 얻어 군 내에 있는 30여개 초.중.고등학교와 종교단체 등에 협조 공문을 보내는 한편 반상회를 통해 '1계좌 5천원' 모금운동을 벌였다"며 "지부 간부들이 발에 불이 날 정도로 발품을 팔았다"고 말했다.

그 결과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는 한 40대 여성이 지부를 찾아와 10만원을 기부, 연맹 관계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등 예상치 못한 수확도 거뒀다고 한다.

이 여성은 "남편이 간암으로 투병 중이어서 나도 형편이 어렵지만 북한 어린이들의 딱한 사정을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다"면서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고 張국장은 전했다.

그는 "현재까지 3백55만원이 걷혔다"며 남은 기간 모금 활동에 최선을 다할 뜻을 내비쳤다.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보수단체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한국자유총연맹이 북한 어린이 돕기에 발벗고 나섰다. 그동안 연맹 측은 대북 지원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온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북한 어린이 돕기 2003 운동'의 주관단체로 참여한 것부터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權총재는 이에 대해 "수구적인 보수는 더 이상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다"며 "이제는 북한 주민을 정권과 분리해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북한 어린이야말로 북녘땅에서 태어난 죄밖에 없으므로 우리가 마땅히 도와야 할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연맹 측은 16개 시.도 지회와 2백73개 시.군.구 지부를 총동원해 적극적인 모금 활동을 펼치고 있다. 29일 현재 모금액은 2천7백87만여원으로 당초 목표액 2천만원을 훨씬 넘어섰다.

연맹에 소속된 탈북 교사나 연예인들도 이 운동에 매우 적극적이라고 연맹 측은 전했다.

자유총연맹 민주시민교육센터 정학규(鄭學圭.56)소장은 "탈북 교사들은 북한에 두고 온 제자들이 안쓰러운 듯 앞다퉈 성금을 냈다"며 "탈북 연예인들도 지하철역에서 북한의 가요.춤.마술 등을 공연해 성금을 모으는 등 열의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특히 탈북 교사들은 앞으로 폐품을 팔아서라도 북한 어린이들을 돕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고 한 연맹 관계자가 전했다.

이와 함께 연맹 측이 주최한 통일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한 교사들의 노력으로 남한 어린이들도 북한 어린이 돕기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鄭소장은 소개했다.

그는 "동원초등학생들(서울 중랑구 망우동)이 모은 1백만원을 비롯해 많은 어린이들이 성금을 모아 연맹에 가져왔다"며 "구의초등학교(서울 광진구 구의동)의 한 1학년 학생은 '앞으로 용돈을 절약해 북한 어린이를 돕겠다'고 말했다"며 감격스러워했다.

그는 또 "남한 어린이들이 따뜻한 사랑의 손길을 펼치는 한 북한 어린이들은 결코 외롭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leehid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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