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토종 할인점 이마트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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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1일 오전, ㈜신세계 임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신세계가 이날 김포공항 구(舊) 국내선 청사의 상업시설 사업권을 따냈기 때문이다. 국내외 대형 할인점들이 대거 참여한 이 공개입찰에서 신세계는 투자조건 등 각종 점수에서 고루 1위로 선정되어 임차권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신세계가 획득한 사업면적은 상업면적 1만1천1백40평과 주차장 6천평 등 총 1만7천1백40평. 김포공항 국내 청사의 경우 김포지역과 인근 방화동·공항동 등이 아파트 개발지역으로 떠오르고 있어 할인점 업체들이 눈독을 들여온 곳이었다. 신세계는 이곳을 초대형 이마트로 개발해 올 9월 오픈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신세계는 왕십리역사와 죽전역사 등 민자역사 사업권도 획득했다. 지난달 서울 왕십리 복합민자역사 개발의 할인점 부문 사업권을 따내 2005년까지 4천평 규모의 할인점을 열 계획이고, 죽전역사는 신세계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권을 따냈다.

신세계는 죽전역사 개발이 완료되는 2005년께 5천평 규모의 이마트를 오픈할 예정이다. 이로써 이마트는‘할인점 무풍지대’로 불리는 용인·죽전은 물론 분당·수지까지 경기도 남부의 광대한 영역을 점령하게 될 전망이다.

신세계의 할인점 영토 확장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12월에는 서울 월계동에 있는 2만여평 규모의 성신양회 공장부지를 매입했다. 이 지역은 월계동·중계동·공릉동 등 인구 50만명의 아파트 밀집지역으로 서울에서 얼마 남지 않은‘알짜 상권’중 하나.

“신세계가 유통 전문 그룹으로 가지고 있는 탄탄한 자금력과 노하우가 성공적인 사업권 획득의 비결입니다.” ㈜신세계 구학서(56) 사장은 입가에 한껏 미소를 머금으며 이같이 대답했다. 국내 할인점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신세계는 백화점과 할인점의 양대 시장을 장악하며 유통업계에 새바람을 몰고 오고 있다.

“아마 각종 게이트가 불거지지 않았더라면 이처럼 대형 상권 사업권을 따내기 힘들었을지도 모르죠. 엉뚱한 세력들이 이권 다툼을 벌였다면 신세계가 명함을 내밀 곳이 없었을지 모릅니다.”

오히려 최근 불어닥친‘게이트 정국’이 신세계가 승부를 걸기 좋은 조건이 되었다는 것. 그만큼 신세계는‘실력’으로 정정당당히 승부를 벌였다는 뜻이렸다.

출처: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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