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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온 편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해남에서 농부의 아내로 살아가고 있는 친구로부터 편지가 왔다. 편지를 받아드니 눈물이 핑 돌았다. 풍문으로만 소식을 들어오던 그 친구가 거친 손으로 무엇인가를 나무라면서 적어 보냈을 것만 같아서 그런지도 모른다. 연필로 또박또박 적은 이 석장의 편지는 결혼한지 4년만에 처음으로 나한테 쓰는 것이라고 서두를 꺼냈다.
○…시집을 가서 살아보니 처녀시절의 생활이 이제는 아득한 꿈으로만 남게되었다는 얘기며, 남편과 어린 두 아이 그리고 얼마 안 되는 논밭이 자기생활의 전부라는 얘기며 여간 어른스럽지 않다. 그러니 그리운 옛 친구들에게 편지 한 장 써보낼 마음의 자리가 생기질 않는다는 것이다.
○…편지란 가장 작은 정성을 들여서 가장 큰 기쁨을 줄 수 있는 선물인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나는 인색한 여자가 된 것이다. 나도 역시 결혼한 후에 편지 한 장 친구들에게 보낸 적이 없으니 말이다. 나는 분주히 「펜」을 찾았다. 한번 쓰기 시작하면 그 시골친구에겐 한없는 얘기들이 쏟아져 나올 것 같다. 구차한 얘기는 다 밀어놓고 학교 다니던 시절의 회상부터 적기 시작해야겠다. <임정옥·주부·26·광주시 계림동 2구 40반 475∼3 최봉순씨 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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