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자도입과 금융사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논란이 많던 외자도입 정책은 이제 새로운 각도에서 재조정되어야 할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것 같다.
보도에 따르면 ①정부는 외자소요액의 3분의 l 내지 2분의 l을 KFX에 의한 외화대부 형식으로 충당시키고 ②대일 상업차관 중심으로 이룩되던 상업차관을 구미지역으로 전환시키도록 권장하며 ③상업차관에 대한 정부지불보증제도를 폐지하고 ④현금차관은 불가피한 운영자금에 한하여 허용하고 착수금조달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금지시킨다는 등이 골자가 되어 있는 새로운 외자도입정책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정책적 전환이 실질적인 의의를 갖는 것인지는 아직 판단할 수 없다.
그러나 장 기획이 기일 중 일본의 상업차관공여를 촉구하고있는 것으로 보아 외자도입정책의 전환을 성급하게 기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경제성장을 촉진시키기 위하여 외자를 받아 들여야한다는 것은 하나의 공리처럼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자본흡수능력 범위 내에서만 타당하다는 것도 또한 사실이므로 외자도입은 스스로 능력한계에 따라서 제약되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사리가 이와 같음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의 외자도입정책은 능력을 무시하고 다다익선의 무리한 방식으로 운영되었으며 때문에 외환보유고만 4월 25일 현재로 2억6천만불 선까지 증가시켜 쓸데없는 이자부담으로 자원누출을 강요했을 뿐만 아니라 국내 통화금융사정을 왜곡시키고 「인플레」 압력을 가중시킨 것이다.
이러한 상황변화에 따라서 보유외환을 외화대부형식으로 사용하고 상업차관에 대한 정부지불보증을 폐지시켜 상업차관을 억제시키며 상업차관을 구미지역으로 분산시킨다는 새로운 정책이 구상되고있는 것 같다. 과연 그러한 고식적인 방법으로 외자도입정책의 모순을 배제시킬 수 있을 것인지는 의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외자도입규모를 국내능력 범위 내로 축소시키지 않는다면 차관의 정부지보 제도를 폐지시킨다든지 외화 대부제를 확대시키는 것 만으론 현재의 제반 모순을 제거시킬 수 없을 것임은 너무나 명백한 사실이다.
둘째, 상업차관에 대한 정부지보 제도의 폐지가 실질적으로 의미를 갖는다고 불수도 없는 실정이다. 현재의 금융기관은 실질적으로 정부은행이라 할 수 있으며 경영부실로 파산이 불가피할 경우 중앙은행 발권력으로 이를 구제하지 않을 수 없는 금융상황에서 금융기관지보든 정부지보든 국민 경제적으로는 하등 다를 바가 있을 수 없다는 것도 분명하다.
세째, 비록 외환보유고가 2억6천만불 수준이나 있다고 하더라도 시설재 도입을 위해 할애할 수 있는 외환은 1억불 수준에 불과할 것이다. 따라서 제2차 5개년 계획에 소요될 8억불이상의 외자와 대국토개발계획에 투입될 10억불 등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보유외환 2억6천만불이 너무나 적은 것이며 따라서 이를 믿고 차관정책을 전환시킨다는 것이 믿어질 수 없을 것 같다.
이와 같은 각도에서 볼 때 외자도입정책을 「양에서 질」로 전환시킨다는 구호는 허울만 좋았지 국민경제의 실정과 부합될 수 없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오히려 오늘날 외자도입정책이 파생시킨 통화금융정세의 본질적 악화와 이에 따른 「인플레」 압력이라는 좌절 요인을 회피하려 한다면 개발정책에서부터 문제를 다시 연역해 나가야 할 것임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