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비에 젖은 「단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인천=김진규·임판호·김영석기자】공화·신민 양당의 마지막 유세가 열린 30일 인천시내는 선거 「붐」으로 온통 들끓었다. 이날은 아침부터 계속 비가 내렸으나 공화당의 박 후보는 예정대로 인천시 공설운동장에서, 윤 후보는 인천 제물포고교 교정에서 각각 마지막 「한표의 다짐」에 「피치」를 올렸다. 양당이 한자리에서 유세가 열리기는 처음인 만큼 이날의 인천시내는 인파에 싸여 대혼잡을 이루었으며 특히 비가 내렸기 때문에「비닐」우산이 동나는 등 음식점·다방 등 업소는 몰려든 청중들로 흥청거렸다. <호외재록>

<공설운동장>공화당 - 진흙을 무릅쓰고, 흰 「유니폼」입고 기호도 만들어
○…공화당 박정희 후보의 유세가 열린 인천 공설운동장은 30일 상오 10시께부터 비를 무릅쓰고 몰려든 청중들로 가득 메웠다. 운동장안은 계속 내린 비로 진흙 투성이였으나 청중들은 시종 냉담한 표정으로 연설에 귀를 기울이는 듯했다. 본부석 맞은편 「스탠드」에는 공화당 부녀당원들이 흰 「유니폼」으로 기호 「6」을 그리고 앉아있어 이채―.
○…유세장 주변에는 인천부근의 부천 수원 강화 김포 광주 양평 등지에서 청중들이 타고 온 「트럭」과「버스」가 즐비했다.
이날 아침에는 「서울∼의정부」간을 운행하는 급행「버스」가 청중들을 가득 태우고「라이트」를 켠 채 인천시내로 급행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고―.
○…공화당 유세장에서 박 후보의 연설이 한창이던 이날 하오 2시35분쯤 신민당유세 「지프」가 공화당 유세장 정문 앞을 지나가려다 경비 경찰과 가벼운 충돌. 신민당은 공화당 유세장 앞을 지나며 「마이크」로 외치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아 「마이크」를 뺏기는 등의 소동을 벌였다.
○…공화당 유세장에 모인 수많은 청중들은 유세장에 줄을 서서 들어갈 때만큼 출입이 자유롭지 않았다. 당원으로 보이는 안내원들이 밖을 나가려는 청중들을 「체크」이름을 적기도 했으며 취재기자 까지도 신분증을 보이고 퇴장하는 판.
○…비 때문에 운동장이 엉망이 되자 주최측은 「트럭」에 싣고 온 수천개의 가마니를 청중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제물포고 교정>신민당 - 당원들과 행진도, 주변서 경관과 충돌, 한때 긴장
○…신민당 유세장인 인천시 전동 제물포고등학교 주변은 수많은 인파로 가득 메워졌다. 신민당유세는 예정보다 1시간30분 이상이나 늦어져 하오 3시30분에야 시작됐으나 이날 정오쯤부터 비를 무릅쓰고 몰려든 청중들의 행렬은 3시간 이상이나 끊이지를 않았다.
○…제물포고등학교 교정을 굽어보는 자유공원 「맥아더」동상 앞 언덕은 지난 25일 신민당이 유세장소로 결정한 다음날부터 꽃을 가꾼다고 시 당국에 의해 거칠게 파헤쳐져 있었고 학교운동장 주변에는 29일 밤, 갑작스레 철조망이 두껍게 쳐져있었다.
○…윤보선 후보를 앞세운 유세반은 이날 인천시내에서 2·5킬로 떨어진 경인가도 제물포 역두에서 마중 나간 2백여 신민당원과 합류, 서행으로 숭의동→공설운동장→율목동→배다리시장입구→경동 신민당사 앞을 지나 유세 장소인 제물포고등학교 교정까지 연도를 메운 시민들과 함께 시가행진을 벌였다.
○…공화당 유세가 한창인 공설운동장 뒤 네거리에서 공화당 유세청중을 위해 빈 가마니를 싣고 가던 두 대의 「트럭」이 신민당유세반의 진로를 가로막고 있을 때, 윤 후보를 호위행진 하던 청년들이 차위에 뛰어 올라 운전사를 끌어내리고 차를 비키려하자, 곤봉을 찬 경찰관들이 우루루 몰려 이를 제지함으로써 한때 험악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경찰은 신민당의 가두방송용 「마이크」를 뺏기도 하고 윤 후보가 탄 「세단」차(서울자953호)위에 뛰어오르는 등 소동을 벌이 기도했다.
운동장 안팎의 청중들은 이 대열을 뒤따르기 시작, 수천 군중이 신민당 유세장으로 떼지어 모여들었고 경찰의 「사이카」 2대와 백차 1대가 「에스코트」했고 50여 기동 경찰관들이 뒤를 따랐으나 큰 충돌은 없었다.
○…윤 후보와 유진오 당수 등은 경동 신민당사 앞에서 차에서 내려, 윤 후보의 기호와 이름이 적인 「피케트」를 든 2백여 당원들과 함께 유세장소로 걸어갔다.
○…이날 신민당 선전반은 제물포역에서 윤 후보를 기다리는 동안「버스」와 「트럭」을 타고 공화당 유세 장소로 몰려가는 청중들을 향해 손가락으로 기호 「3」번을 가리키며 윤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면서 『돈은 공화당에서 연설은 신민당에서』하고 외쳐 군중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이날의 유세는 독특한 어조의 함석헌옹의 찬조연설로 막을 올렸다. 지난 29일 신민당에 입당, 이날 처음으로 연사로 나선 함석헌옹은 하얀 고무신에 엷은 회색 두루마기를 입고 약 20분 동안 연설. 청중들은 어느 연사보다도 흥미진진한 표정, 열심히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