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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공명」과 「부정」 - 홍종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권리 유린한 「3·15」>
대통령 선거를 바로 한 주일 앞두고 온 국민은 누구가 당선될 것이냐 하는 선거결과에 대한 관심뿐 아니고 이번 선거가 과연 어느 정도로 「공명」한 것이 되겠느냐 하는 점에 또한 관심이 큰 것이다. 4년에 한번, 국가에 충성을 바치는 가장 귀중한 국민의 권리인 한사람 한 표의 투표가 권력의 간섭이나 폭력 등의 압력을 받음이 없이 또 표를 사고 파는 종류의 유혹을 받음이 없이 떳떳이 자유로이 던져짐으로써, 여당이냐 야당이냐, 윤 후보냐 박 후보냐가 자연스럽게 결정된다면 이에는 온 국민이 아무런 불평도 불만도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자신의 표야 누구에게 던졌었건 국민의 신임과 존경의 표를 공정하게 더 많이 받은 분을 대통령으로 모시는데 하등의 딴말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선거운동에 들어가기 전부터 여당의 공화당을 비롯하여 각방면으로부터 공명선거를 이룩해야 할 것을 주장해 왔다. 또 그 반면에는 여당에서 선거를 위한 사전조직을 꾸미고 있다고 야당으로부터 경고와 비난도 없지 않았다.
그러면 우리들은 왜 공명선거를 외쳐야 하느냐? 이는 우리들 국민의 마음 한구석에 부정선거에 대한 커다란 불안과 경계심이 자리를 비우지 않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일찍이 우리는 자유당 시절에 허다한 부정선거 때문에 우리들 국민 된 자유와 권리를 많이 유린당해 왔다. 그 중에서도 1960년 3·15 선거는 부정선거의 역사적 표본이요 그 때문에 자유당 정권은 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과연 어떤 것이었나>
그러면 부정선거란 어떤 것이냐. 지금 3·15의 부정선거를 돌아보며 당시의 부정선거 「원흉」으로 일렀던 선거 당시의 장관 중 7명을 3년 내지 7년, 최고 15년의 징역형으로 처단했던 5·16이후의 군사혁명 재판소 판결문에 기록된 대로 부정선거의 표준이 어떤 것이었더냐 하는 점을 살펴보는 것은 부정선거를 다시 범함이 없게 하기 위한 필요한 일이 될 것이다.
3·15 부정선거의 발단은 1959년 3월 초, 최모가 내무장관으로 취임하면서부터였다. 그 전번 선거에 자유당의 부통령후보가 낙선된 것을 공무원들의 배신에 있었다고 규정짓고 『모든 공무원은 자유당의 정·부통령이 당선되도록 선거운동에 나서라』고 그는 장관 취임사에서부터 호통을 쳤고 그후 각 도의 「기관장회의」와 중앙 각 부처를 연결하는 국장급의 17명으로 된 「지방행정사무연락조정협의회」란 것을 조직케 했다.
그리고 이 사실을 3월 어느 날 국무회의가 있었던 자리에서 6인 위원회로 지목되는 국무위원들에게 그러한 조직의 내용을 설명한바 있고 또 그해 7월부터 내무부 행정기구를 통하여 서울과 그 외 각 도시에는 동별 단위로, 그 외의 지방에는 시·읍·면의 단위로 「공무원친목회」를 조직케 하고 이 역시 6인 의원회의 장관들에게 보고해서 동의를 얻어 그 다음해 1960년 3·15 선거의 사전공작을 하게 했다는 것이다.
이에 관한 판결문의 한 구절을 적어보건대 『3·15 선거에 관하여 자유당 후보자를 당선시킬 것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는 그 행위의 시기 여하를 막론하고 일체 이를 부정선거의 방법으로 보아야할 뿐 아니라…「기타 부정한 방법」이라 함은 설사 법령(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에는 위반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도의상 또는 조리상 부당시 되는 일체의 행위를 망라 지칭하는 것이라 해석하여야 할 것이며, 한편 공무원은 법률상 정치관여가 금지되어있고(공무원법 등) 따라서 선거운동에도 종사할 수 없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설령, 국무위원인 피고인 자신은 법률상 정치간여가 허용된다 할지라도 관하 공무원에 대한 감독권을 남용하여 그들로 하여금 3·15 선거에 있어서 자유당 후보자 당선을 위한 조직체를 구성, 운영케 하고 또 그 가족 또는 일반국민을 상대로 선거운동을 하도록 지시 또는 암시하는 행위에 이른 이상, 이는 「부정한 행위」의 테두리에 드는 것이고…』하여 상소심에서도 피고들의 상소 논지가 이유 없다고 판정했던 것이다.

<도의적 책임도 추궁>
선거의 부정행위에 관하여 도의적 책임까지 추궁하는 일은 당연타 할 것이다. 혹은 재판상 법조문 적용에 타당타 할 것이냐 아니냐는 법률전문가의 판단에 맡길 일이라고 할 것이나, 그러나 선거의 공명과 부정에 관한 우리들 국민의 장식과 조리로써 말한다면 당연히 도의상 책임이 추궁되어야 할 것이다. 정치의 원리가 도의의 바탕을 떠나서 성립될 수 없는 것이고 정치에 관한 국민의 최고한 참여의 방법인 선거의 공명을 위해서 그 부정의 죄상은 법률상 또 도의상 책임을 한가지로 물어 마땅할 것이다.
그리하여 적어도 정부의 장관이란 사람들이 그 부하의 공무원들을 교묘히 선거운동에 동시키는 일이란 법률상 책임이전에 그 양심상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는 3·15때뿐 아니고 언제든지 벌받지 않아서 아니 되는 부정선거의 범죄행위인 것이다. 윗자리에서 법을 유린하고 그 부하들에게 부정을 「지시」또는 「암시」해도 죄가 된다는 것이다. 군사혁명재판소의 판결인 것이다. 그러면 오늘은 어떤가? 그때나 이때나 마찬가지로 온 국민, 온 공무원들은 경계하고 감시하고 규탄하여 「부정선거」의 이름을 이 땅에서 씻어버리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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