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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돈 덜 드는 선거」|정치자금의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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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5·3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경제인협회와 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가 중심이 되어 선거자금모금운동에 나서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이미 이번 대통령선거비용 한도액을 후보 1인당 2억7천여만원으로 공시. 결전태세를 완비한 공화·신민 양당은 「집권에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막대한 선거자금을 마련하기에 바쁘다. 선거자금원을 확보하지 못한 신민당은 제2당에 돌아가는 전국구의석 14석 중 10석을 공매(?), 1석에 2∼3천 만원을 받아 모자라는 선거자금을 메우려는 계획을 세웠다는 말도 나돌고 있다.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의 의석」이 「돈」으로 흥정되고 많은 조건과 곡절이 붙은 수억의 돈이 선거에 쏟아져 들어가서야 되겠는가? 과연 선거란 이같이 막대한 돈을 들이지 않고는 치를 수 없는 것일까? 여기 사회 각계의 의견과 충고를 한데 묶어 이를 바탕으로 정치자금의 실태와, 자금을 어떻게 규제하고 운영하면 「돈 덜 드는 선거」를 치를 수 있을까를 분석, 검토해 본다. <정치부>

<집권에의 지름길>
정치자금과 정치활동은 함수관계를 갖고 있다. 자금이 풍부할 때는 활발한 정치활동이 이루어지고 「집권에의 지름길」이 마련되었지만, 자금이 메마를 때는 모든 정치활동이 부진하기 마련이다.
각 정당은 보다 많은 정치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거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기 때문에 정치자금에는 예외 없이 「밝은 면」보다 「어두운 면」이 뒤따랐다.
역대정권을 통해 정치자금이 마련되기까지에는 가지가지 「어두운 면」과 예상치 않았던 정치적 파동을 빚어내기도 했다.
이러한 정치자금의 실태에 대해 고영복(서울대 문리대 교수)씨는 『자본주의의 특징은 돈을 가지고 「거래」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정치에 자금이 끼여들어 허다한 부패를 누적시켰다』고 풀이했고, 김효곤(회사원)씨는 『정당이 재벌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아씀으로써 국민의 대변자라야 할 정치인이 재벌들의 앞잡이가 되어서야 되겠는가?』라고 정치현실을 개탄했다.

<「적당한 정도」의 돈>
또 홍재선(경제인협회 회장)씨는 『민주국가에서는 돈 없이 선거를 치를 수는 없다. 그러나 「적당한 정도」의 돈을 쓰는 선거풍토가 아쉽다.』고 말했고, 구익균(대중당 사무총장)씨는 『한국은 돈으로 선거하는 정치풍토가 오래 전부터 조성 되어왔다. 이것은 집권당에 언제나 집권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풍조』라고 호되게 나무랐다.
그러나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이른바 정치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정치자금도 한 가지 「필요악」으로 이해되어 왔다.
흔히 비유하기를 자동차가 「개설린」없이 움직일 수 없는 것처럼 정치의 「매커니즘」은 정치자금이란 기름이 없이는 조금도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다. 정당을 유지하고 선거를 치르고, 나아가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정치자금이 필요하다.
더구나 집권여부를 판가름하는 5·3 대통령선거와 제7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공화·신민 두 당은 엄청난 수자에 달하는 정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온갖 지모를 총동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상비 연간 2억원>
공화당은 평상시에 방대한 사무국 조직을 꾸려 가는데 경상비만 해도 연간 2억원 정도는 될 것이라는 얘기다.
중앙 및 지방사무국 요원 4백명 가량에게 지출되는 급료가 연간 약1억원, 여기에 조직활동비, 선전비, 훈련비, 원내 대책비 등 연간 약1억원을 합치면 연간 약2억원의 경상비가 쓰일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추계이다.
당의 운명을 거는 선거 때는 정치자금도 집중적으로 필요하게 된다. 이른바 「선거자금」은 평상시 당 운영에 쓰이는 돈보다 10배 이상이 동원된다는 것이다.
공화당은 5·3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1백31개 지역구 국회의원 공천자들에게 선거비용으로 1인당 1천만원 내지 2천만원을 내보낼 계획이라 한다. 여하튼 총선 승리로 이끌기 위해 공화당은 막대한 자금동원을 할 것으로 보이며 그 자금사용의 한도액은 아무도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총선때 평상시의 10배정도의 돈이 들어간다고 계산하면 인건비가 약10억, 공화보 「포스터」 각종 선전책자 발간비 등을 합한 선전비 여기에 조직관리 유세비 동원비 기타 등을 합쳐 약10억원- 총선을 위해서 공화당은 연간 20억원 정도는 쓸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의석값 2천만원?>
신민당의 경우 당 운영비는 당 소속 국회의원 40여명이 매월 5천원씩 갹출한 약20만원과, 소속의원 중 유력자 10여명이 합쳐 70여만원을 내고 여기에 당수, 또는 대통령후보가 꾸려대는 돈 등 1백20만원으로 한달 경상비를 쓰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신민당은 막혀진 정치 자금원을 뚫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으며 궁여지책으로 국회의원 선거때 제2당에 돌아오는 14개 전국구의석을 「공매」(?)해서 선거자금에 충당할 계획이라 한다. 이렇게 해도 신민당은 중앙선관위가 공고한 대통령선거 법정비용 한도액 「2억7천만원」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신민당은 국회의원 선거때 한 지구당에 대해 총액 1백만원 이상의 자금지원을 해줄 능력이 없다고 하며 그밖에 쓰일 돈은 후보자 스스로가 돈 줄을 잡는 길밖에 없다. 대통령선거비용 한도액을 비롯해 이같이 막대한 선거자금에 대해 대부분의 사회인사는 『너무 많은 돈』이라고 꾸짖는다. 정비석씨(소설가)는 『2억7천만원은 한국의 국력과 예산규모에 비하면 너무나 많다.』고 말했고, 홍재선(경제인협회회장)씨는 『선거에는 돈을 많이 써야만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생각을 가진 정치인이 대부분인 것 같다.』고 비판했다.
정운갑씨(신민당 재정위원장)는 『한국의 선거는 돈에 의해 그 결과가 좌우된 것이 하나의 통례』라고 지적하면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야당의 고민을 털어놓았으며, 김효곤(회사원)씨는 『대의 정치하에서 정치자금을 쓰지 않을 수 없지만 2억7천만원은 좀 지나친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제한액 2억7천 만원>
그러나 윤영구씨(중앙선관위 상임위원)는 『중앙선관위가 공시한 2억7천만원의 제한액은 선거법에 정한 경비를 정확히 계산, 책정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최소한 이 정도의 돈을 써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지난번 10·15 대통령선거때 중앙선관위가 공시한 법정비용 제한액은 9천6백32만3천원이었는데 선거가 끝난 뒤 공화당은 5천5백20만원을, 민정당은 1천9백13만원을 썼다고 보고했다. 집권당인 공화당이 법정비용 한도액을 다 쓰지 못했다는 것을 쉽게 수긍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정치자금은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65년 2월 9일 공포)에 의해 중앙선관위를 통해 각 정당에 배분되는 공식 「채늘」보다 정당과 재벌이 직접 거래하는 비공식「채늘」이 굵다고 한다.
지난해 4월 30일 중앙선관위는 각계에서 헌금해온 정치자금 총액 1천1백만 원을 원내의석비율에 따라 ▲공화당에 6백50만원 ▲민중당에 3백49만원을 나누어주었는데 공식「채늘」을 통해서 받은 이 정치자금은 음성적 자금에 비하면 「새 발의 피」정도일 것이다. 사실상 정치자금의 양성화로 새로운 정치풍토를 이루기 위해 마련된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은 충분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자금과 주도권 싸움>
정당 안의 주도권 쟁탈전도 정치자금과 끊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정치자금은 정당을 위한 윤활유가 되어야 하며 중앙선관위를 통해 당에 배분되거나 당의 「공식기구」에 공개적으로 흘러 들어와야 정치자금과 결탁된 부정부패를 막을 수 있다. 김성곤 의원(공화당 재정위원장)은 『정치자금을 법률에 의해 양성화시키는 것은 더욱 장려되어야 하며 이번 선거에서도 경제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고, 송대순(상공회의소 회장)씨는 『경제계는 정치자금의 음성화를 막기 위해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각 정당의 수요에 충족시켜주지 못해서 안타깝다.』고 모금운동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양성화를 위한 모금>
또 홍재선(경협회장)씨는 『민주국가에서 돈 없이 선거를 치를 수는 없다. 그러나 「적당한 정도」의 돈을 쓰는 정치풍토의 조성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과거에 무리하고 부당한 정치자금을 재계에서 염출 했기 때문에 부패가 조성되었다.』고 주장했으며, 조동필(고대교수)씨도 『경제계에서 벌이고 있는 정치자금 모금 운동은 그것이 양성화한다는 면에서 좋은 일』이라고 논평, 한결같이 법에 의한 정치자금의 양성화가 한국의 정치풍토를 개선하게 될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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