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도 가기 전 그 자리에 식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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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청구동 328 참극의 언덕은 이제 3백평 남짓이 말끔한 공터가 되었다. 부슬비 내리던 토요일낮 아물길 없는 아수라의 그 상흔만을 유족들의 가슴에 안겨준 채.

<시체조각 두 가마>
일요일인 9일 하오엔 장 공군참모총장이 보낸 조화 한 틀이 공터 한가운데 놓이고 둘레엔 작은 소나무들이 가지런히 심어졌다.
발전기를 돌려 전등불을 밝히고 공병 50명과 시청작업반을 동원, 밤새도록 현장 정리작업을 벌인 구조본부는 신원을 알 수 없는 시체조각을 두 가마나 더 잿더미속에서 찾아냈고 8대의 「트럭」에 가득할 만큼 기체의 파편을 걷어냈다.

<서 대위 유품 발견>
작업반은 그 잔해속에서 조종사 서 대위의 수첩과 권총, 그리고 「11시 45분」에 바늘이 멎어있는 팔뚝 시계도 주워 올렸고 9일 상오 기체의 잔해를 실어낸 작업반은 상처를 씻어 주리나 하려는 듯 그 자리에 소나무를 심었다.
이 땅은 대경상고의 소유지로 무허가판잣집의 철거문제로 옥신각신하던 곳.
이재민들은 『아무리 그렇지만 슬픔도 가시기전에 나무를 심다니 너무 심하다』고 분해했고 학교측에선 『텅 빈 모습이 흉하니 소나무를 심겠다』는 당국의 의견에 따랐을 뿐이라고 간곡히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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