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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악과 통곡의 언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비극은 순식간에 났다. 불벼락이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박살이 난 청구동 13통 5반·6반 일대는 박살난 비행기, 형체도 없어진 가옥, 알아 볼 수 없이 조각난 인체, 부슬비 속에 뿜는 연기, 어쩌다 살아난 유족들의 울부짖음으로 눈뜨고 볼 수 없는 참경. 사고현장 불과 10「미터」거리에 잇는 대경상고에선 4시간째 수업이 시작된 지 10분만에 폭음에 놀랐으나 다행히 학교를 건드리지 않아 큰 피해는 없었지만 놀란 학생이 2층에서 뛰어내리다 10명이나 중경상을 입었다. 불탄 자리엔 C-46의 「엔진」부분이 동강나 뒹굴고 기체에서 떨어져 나간 「알루미늄」이 사방 2백「미터」지붕에 흩어졌다. C-46의 조종사로 보이는 시체는 조종간을 쥔 자세대로 불타 불에 그을린 형태로 한복천씨 집 불탄 자리 가운데서 발견되었다. 한편 중상자들이 입원한 전 외과와 「메디컬·센터」는 일체 외부손님의 출입을 막고 있는데 중상자들 중 상당수는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봄비가 내리는 8일 상오 11시 52분쯤 공군 C46 수송기가 판잣집 밀집지대인 서울시 성동구 청구동 328 산중턱에 추락 폭발, 기체가 산산조각이 나고 민가 18동을 전파, 하오 2시 현재 사망자 17명이 확인됐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가족이며 친지들이 아버지·어머니·아들딸을 서로 목이 터지게 부르는 아우성 소리에 이 가파른 언덕은 눈물 바다가 됐다.
목격자에 의하면 동 수송기는 산마루에 있는 대경상업고등학교 상공을 세 번쯤 저공선회, 동교 교정에 불시착을 시도하려는 것으로 보였는데 갑자기 상공으로 치솟으면서 기체후미에서 발화, 불기둥을 뿜으며 솟아올랐다가 내리 곤두박질 치면서 박태선 장로교 전도관을 들이받고 민가에 추락했다는 것이다.
동기가 떨어지면서 실었던 휘발유가 사방으로 튀어 인근 14동의 판잣집이 대파되었는데 갑자기 닥친 사고로 피하지 못한 사람들은 검게 탄 시체를 안고 울부짖는 속에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축축이 내리는 봄비에 현장은 더욱 처참하다.
사고현장에는 장지량 공군 참모총장을 비롯, 김현옥 서울시장, 한옥신 치안국장 등 군·경관계자가 나와 구조작업을 지휘하는 한편 대경상고에 구호본부를 뒀다. 사고현장은 신당동 속칭 해병대 산마루 대경상고에서 금호동쪽으로 약10「미터」내려간 급경사 지대. 하오 2시 현재 확인된 피해 가구는 다음과 같다.
송수길 김은성 박광운 조복길 한복천 조기열 김종관 김호봉 한옥천 전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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