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에서 자막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95년. 높은 무대 위에 자막을 설치할 경우 관객의 시선이 분산된다는 이유 때문에 극장측은 줄곧 사용을 반대해왔다.
좌석 위치에 따라 자막 글씨가 잘 안보이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극구 반대해온 음악감독 제임스 레바인이 끝내 자막 사용을 허락했다.
앞 좌석 의자에 부착하는 전자 액정 모니터'시멀텍스트(SimulText.사진)'의 도입 덕분이다. 2백만달러를 들여 가로 30㎝, 세로 8㎝ 크기의 LCD 형태의 전자 자막(일명 '메트 타이틀')을 3천9백89석에 모두 설치했다.
항공기의 특등석에 딸린 액정 모니터 같이 생긴 이 첨단형 자막은 산타페에 본사를 둔 피가로시스템(www.figaro-systems.com)이 개발한 개인 자막 네트워크(PTN)다.
'메트 타이틀' 설치를 위해 쿠바 출신의 백만장자 알베르토 빌라(62.아메린도 투자자문 대표)가 공사비 전액을 댔다. 옆좌석에서는 보이지 않고 켜둔 채 관객이 일어나 나가면 저절로 꺼진다. 자막을 보기 싫으면 끌 수도 있다.
시멀텍스트를 맨 처음 도입한 곳은 미국 산타페 오페라. 뉴욕 메트에 이어 최근 개.보수 공사를 끝낸 빈 슈타츠오퍼, 런던 로열오페라, 바르셀로나 리체우 극장에 이어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도 설치될 예정이다. 모두 빌라가 오페라 대중화를 위해 사재를 털어 헌납한 것이어서 '빌라 타이틀'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
4백50만달러(약 58억원)가 소요된 빈 슈타츠오퍼의 경우 이탈리아 오페라 상연 때는 영어.프랑스어.독일어.스페인어.일본어.러시아어 등 8개 국어로 된 자막을 선택해 볼 수 있다. 외국 관광객은 물론 신세대 관객에게 인기다.
'시멀텍스트'의 설치비는 좌석당 약 1천달러(약 1백20만원). 공사기간은 9~18개월 걸린다. 객석 바닥을 교체하는 개.보수 공사와 병행하거나 처음부터 신축 극장에 설치할 경우 8백달러(약 1백만원)정도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