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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볼 만한 전시] 소박한 한국미 편견 깨는 화려한 공예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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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시대의 은제 도금 주자(注子·주전자)와 승반(承盤·접시·왼쪽)이 어두운 전시장 속에서 찬란한 빛을 뿜어낸다. 보스턴미술관 소장품. [사진 삼성미술관 리움]

한국미(美)를 소박한 여백의 미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6월 2일까지 열리는 고미술 기획전 ‘금은보화(金銀寶貨): 한국 전통공예의 미’ 전시는 이런 편견을 버리라고 한다.

 국보 9점과 보물 14점을 비롯해 금은보석으로 만든 전통 공예품 65점은 “우아하고 화려한 금속공예 또한 한국미의 중요한 한 축을 이루고 있다”고 외치는 듯하다. 이번 전시를 위해 미국 보스턴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국립고궁박물관 등 국내외 주요 박물관 소장품을 빌려왔다. 기원전 1세기 낙랑의 은제 마구(馬具)부터 스러져 가는 제국의 비운을 감추려는 듯 전보다 더 화려해진 대한제국 장신구까지 다양하다. 리움은 관람객이 공예품의 세부까지 볼 수 있도록 공을 들였다. 갤럭시 노트2 등 인터랙티브 장비를 통해 고화질 사진을 회전해가며 볼 수 있게 했다.

 리움은 현대미술전도 동시에 연다. 현대미술과 영화의 접점을 보여주는 ‘미장센(MISE-EN-SCENE)-연출된 장면들’이다. 21세기 현대미술품 가운데 영화적 연출 기법을 볼 수 있는 국내외 작가들의 연출·설치·사진 15점을 선보인다. 예컨대 미국의 이브 수스만/루퍼스 코퍼레이션은 벨라스케스의 수수께끼 같은 명화 ‘시녀들’을 10분짜리 비디오 영상으로 만들었다. 2004년 휘트니 비엔날레에 출품했던 ‘알카자르의 89초’다. 두 기획전 입장권 일반 7000원, 초중고생 4000원. 02-2014-6900.

 이 밖에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30주년 기념전 ‘나의 벗, 나의 애장품’도 권하고 싶다. 작품을 아껴주는 소장가 없이는 작품도, 작가도, 화랑도 존속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겸손한 헌정전이다. 그러나 출품작의 위용은 미술관급이다. 헨리 무어의 작품(이인희 한솔그룹 고문), 이쾌대의 부인도(구정모 대구백화점 회장) 등 소장가와 작품에 얽힌 사연도 함께 전시한다. 14일까지, 일반 5000원. 02-720-1020.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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