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권력 상층부 ‘함경도 사단’ 약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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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박봉주(左), 현영철(右)

북한의 개혁파 경제관료인 박봉주(74) 전 노동당 경공업부장이 1일 총리에 임명됐다. 북한은 이날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최고인민회의 제12기 7차 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박봉주는 하루 전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북한 권력의 핵심인 노동당 정치국 위원으로 보선됐다.

 박봉주는 2003년 9월부터 2007년4월까지 총리를 지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모든 경제문제는 박봉주와 상의하라”고 할 정도로 신임이 두터웠다. 하지만 고층아파트와 건물의 엘리베이터 정상운행을 지시하는 등의 움직임에 군부 강경파가 “군대에 보낼 전기도 없는데 반혁명적 망동을 하고 있다”고 반발해 숙청됐다.

 순천비날론연합기업소 지배인으로 좌천됐던 그는 김정은 후계체제가 본격화한 2010년 8월 당 경공업부 제1부부장으로 복권됐다. 지난해 4월에는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가 맡던 경공업부장에 임명됐다. 화학공업상(장관급)이던 2002년 9월 경제시찰단으로 남한을 다녀갔고, 그해 7·1경제관리개선조치 추진에도 관여한 개혁 성향으로 분류된다.

 최영림 전 총리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명예부위원장으로 밀려났다. 회의에서는 김정각 전 인민무력부장과 이명수 전 인민보안부장을 국방위원에서 해임하고, 김격식 인민무력부장과 최부일 인민보안부장을 위원에 앉혔다.

 최고인민회의와 당 전원회의에서 함경도 출신 인사의 약진이 두드러진 점이 눈길을 끈다. 박봉주 총리는 함북 김책시(옛 성진군) 출생이다. 김정은 시대 들어 승승장구하며 지난달 31일 전원회의에서 정치국 후보위원에 오른 ▶현영철 총참모장(함북 어랑) ▶김격식 인민무력부장(함남 정평) ▶최부일 인민보안부장(함북 회령) 등 군부 3인방도 함경도가 고향이다. 탈북 1호 박사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 해방 이후 소련에서 돌아온 김일성이 오기섭 등 함경도 출신 국내파와 갈등을 겪으면서 해당 지역 출신의 기용을 꺼린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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