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관·전시장 텅텅 비어 이름뿐인 ‘대구 섬유관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5면

대구시 서구 중리동 한국섬유개발연구원에 있는 섬유 체험관 모습. 서구청은 지난해 10월 국비 1800여 만원을 들여 이 체험관을 꾸몄다. [사진 대구 서구청]

지난해 4월 대구시 서구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산업관광 국비지원대상사업’ 지역으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명칭은 ‘테마가 있는 섬유 스트림(Stream) 관광 사업’으로 서구청이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스트림은 원사·제직·봉제 등 섬유 생산의 단계를 의미한다.

 서구청은 울산 등과 함께 ‘산업관광 지자체’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됐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이어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염색공단, 염색업체, 의류 쇼핑단지인 퀸스로드 등과 손잡고 섬유관광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들 기관과 업체에 섬유 체험관과 전시판매장을 설치했다. 구청 측은 외국 관광객을 유치해 섬유 제조 과정을 보여주면서 수익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앙일보 2012년 4월10일자 21면)

 1년여가 지난 지금 이 프로그램은 어떻게 됐을까. 지난달 28일 오후 찾은 대구 서구 섬유개발연구원. 이곳 1, 2층에는 서구청이 지난해 10월 국비 1800만원을 지원받아 꾸민 섬유 체험관이 마련돼 있었다. 하지만 체험관은 텅 비어 있다. 섬유개발연구원 관계자는 “서구청에서 사람들을 데리고 올 때를 제외하곤 체험관을 찾는 이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넥타이·손수건 등을 판매하는 관광상품 전시판매장도 사정은 비슷했다. 전시판매장은 퀸스로드에 3000여만원을 들여 200㎡ 크기로 만들어졌지만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한산한 모습이었다. 문을 연 지 5개월이 지났지만 전체 매출액은 200만원 정도다. 염색업체인 ㈜진영P&T에 마련한 홍보관(165㎡)은 구청의 허가를 얻은 단체 관람객만 들어갈 수 있도록 해놓았다.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을 이용한 사람은 700여 명. 지난해 10월 서구청 간부 43명이 체험하는 등 학생과 공무원이 대부분이다. 외국인이라곤 대구시를 방문한 중국 공무원과 대구대 한국어교육센터에 다니는 유학생 등 50명이 전부다.

 이는 구청 측이 프로그램만 만들어 놓고 운영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구청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 여행사를 확보하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통역요원도 제대로 육성하지 않고 있다. 당초 중국·일본 출신 결혼이민여성 10명을 선발해 가이드로 활용하겠다고 문화체육관광부에 설명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외국인이 오면 그때마다 외부 통역인에게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홍보도 섬유관광 프로그램을 알리는 안내장을 만들어 구청 등에 비치하는 게 고작이다.

 서구청은 올해 이 사업 운영비로 7000여만원의 예산을 확보해 놓았다. 전시판매장 등이 마련된 업체에 운영비를 주고 관광 안내장도 더 만들기 위해서라고 한다. 여왕규 서구청 문화공보과 담당은 “아직 홍보가 제대로 안 됐다. 조만간 외국 관광객 유치 여행사를 선정하는 등 프로그램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구경실련 조광현 사무처장은 “외국 관광객을 유치하지 못한다면 특정한 업체나 시설에 필요 없는 지원을 하는 셈 아니냐”며 “세금만 낭비하는 보여주기용 프로그램이 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윤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