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의 경영 판단은 법제화해 보호해 줘야 ”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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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호 23면

조용철 기자

회사에 최선의 이익이 된다고 선의로 믿고 내린 경영상 판단에 대해선 배임죄를 묻지 않는 상법 일부 개정안을 이명수(새누리당·사진) 의원이 최근 대표 발의했다. 상법 제282조 2항에 ‘이사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어떠한 이해관계를 갖지 않고 경영상 결정을 내리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하더라도 의무의 위반으로 보지 않는다’는 단서를 넣은 게 이번 개정안의 핵심이다. 그간 재계에서는 개인적 이익이 아닌 회사 회생을 위한 경영상 판단까지 배임죄로 처벌하면 기업인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배임죄 완화 상법 일부 개정안 대표 발의한 이명수 의원

하지만 일부 야당·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도 있다. 이와 관련해 3월 30일 충남 아산시에 있는 이 의원 사무실에서 개정안 발의 배경을 자세히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경영판단 원칙과 결과에 따른 책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인데.
“회사 임원진은 경영판단의 결과에 대해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개정안에서 말하는 ‘경영판단의 원칙(Business Judgement Rule)’이란 회사의 이사 등이 신중하고 성실하게 경영상의 결정을 내린 것이라면 비록 그로 인해 회사에 손해가 생기더라도 사법심사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는 원칙을 말한다. 선의의 회사 경영진이라면 당연히 이익을 내려고 하지 회사에 손해를 끼치기 위한 활동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부득이 회사에 손해를 끼쳤을 때 사법처리된다면 책임 있는 소신경영을 하기가 어렵다. 특히 창의적인 사업 분야는 성공 불확실성으로 인해 손해 발생의 위험성이 항상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기업 발전을 도모하기가 곤란하다는 생각을 해왔다.
일정한 요건을 갖춘 상태의 경영판단에 따른 결정이라면 사법적 책임을 묻지 않도록 해야 공격적인 경영을 할 수 있다. 그래야 사업 확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런 취지에 공감한다 해도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많은 것 같다.
“독일법과 미국 판례, 우리나라 대법원 등에서 이미 인정되고 있는 내용이다. 독일에서는 주식법 제93조에서 성문화됐다. 미국은 판례로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민사법상 1998년 서울지방법원에서 경영판단의 원칙이 도입됐다. 형사법적으로도 2004년 대법원 판결에서 경영판단의 원칙을 수용해 인정한 이후 다수의 판례가 이 원칙에 따라 판결하고 있다.
우리나라 학계에서도 이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있었다. 그러나 법조문도 없이 학설 등에 의존해 법관이 판단을 내리게 될 경우 사법부에 대한 신뢰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경영판단의 원칙에 대한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경제민주화 바람 속에서 되레 배임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도 있는데,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추진은 대선 공약사항인 만큼 실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말하는 것은 기업이 책임경영을 다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면 현 정부가 의도한 대로 경제민주화도 기업들이 거부감 없이 따라올 것이라는 의미다. 한마디로 경제민주화를 위해서는 기업인의 지나친 제재도 정치 영역에서 풀어줘야 한다는 얘기다. 이번 상법 개정안은 경영판단의 원칙을 인정함으로써 기업가들의 경영 여건을 개선시켜 주면서, 또한 이중대표소송제도를 신설해 소수 주주권자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균형을 맞췄다.
지주회사의 주주 이익을 강구하기 위해 자회사의 이사를 상대로 한 대표소송을 청구할 수 있도록 포함시켰다. 미국도 1800년대에 이미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의 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이중대표소송을 인정한 판결이 나와 판례로 자리 잡혔다.
지나친 정치논리에 의해 기업들이 움직이게 되면 국민들은 불신의 눈초리로 정치권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필요한 제도 개선에 대해서는 정치권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야당·시민단체의 반대 목소리는 어떻게 보나.
“법안을 발의했다고 무조건 통과되는 것은 아니다. 법안 통과는 여당 단독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논의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면 수정보완될 것이다. 앞으로도 이 내용에 대해 보다 활발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더 논의할 내용은 뭔가.
“지금은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좀 더 시간이 경과된 후에 본격적인 논의가 될 것이다.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법안 안건 상정은 법안발의 순서에 따라 진행되기 때문에 여야 합의를 통해 시급하게 통과시켜야 할 법안이 아니고서는 바로 논의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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