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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야당에 기대한다 - 홍종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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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민의 압력으로 통합 민주 정치의 역군 되길>
민중·신한의 야당 통합은 그야말로 선거를 목전에 두고 출전 전야의 단결과 돌격의 결의를 행동에 옮기는 커다란 거사였다고 할 것이다. 이는 야당의 당세 확장을 위해서 경축하여야 할 일이라기보다도 우리 나라 민주 정치의 발전을 위한 정상적인 바탕이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인 것이다. 의회정치라고 하면 정당 정치를 뜻하고 정당 정치는 두 개의 건실한 정당이 양립하여 국민의 정치 의사를 집약적으로 표현케 될 것을 이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제3당이란 것이 있을 수 없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러나 지난번 1963년 군정에서 민정으로 넘어갈 때 하나의 여당 대통령 후보에 대하여 두 개 이상의 정당이 야당의 이름으로 출마했던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 것이었더냐. 이는 그 명분이 어떤 것이었든 간에 여당의 당선을 돕기 위하여 야당의 이름으로써 다른 야당을 해치는 선거의 협잡 행위에 불과한 결과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국민의 눈을 어지럽게 하고 정치적 의사표시의 목표를 혼란케 한다는 일은 결국 정치적 죄과를 범하는 일이 되는 것이다.
새로이 2월 7일로써 통합 창당을 보게 된 신민당은 국민의 여망을 받들었다기보다도 국민의 강력한 압력을 받아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이제 대통령선거와 국회 개편의 두 차례의 선거에 임하여 우리들 국민은 여당인 공화당과 정부의 지난날의 국정 전반의 업적과 아울러 금후 4년간의 국가 번영의 과제에 대항하여 단 하나의 야당인 신민당이 주장하는 바 국가 경륜을 비교하여 과연 그 어느 정당이 책임 있는 정치를 할 것이냐 하는 명백하고도 냉엄한 심판을 내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앞에 쌓인 난제 뚫고 역사적 사명 직시토록>
통합된 신민당이 선거 운동에 들어가는 새 출발을 하기까지에는 상당히 복잡한 당내 문제가 있을 것을 많이 말하고 있다. 물론 없지 않으리라고도 할 것이다. 한 입으로 말한다면 구태를 벗기 어려운 파벌의 착잡한 것이라든가 가난한 야당 살림이라 정치자금 때문에 정실과 책략이 말썽스러우리라든가 하는 것이 국회의원 입후보 지구 쟁탈에 분요스러울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오늘의 통합된 야당의 역사적 사명에 비추어 볼 때, 또 국민의 깊은 관심과 냉혹한 비판 앞에 크게 문제 될 것 없을 것이다. 오늘의 신민당이 야당 자신의 존립을 위하여 통합 창당되었다 뿐 아니고 야망이 건전함으로 해서 우리 나라 정치의 역사적 혁신을 목표로 하고 군사정부 이래의 정부와 여당에 대하여 정권 교체의 공격 목표를 내세우고 있는 만큼 신민당은 우선 참신하고 강력한 당내 자체의 정비·정화를 단호히 하지 않아서 아니 될 것이다.
단순한 출세를 위하여 엉뚱하게 정당 간부의 자리를 낚으려든가, 나라를 위하기커녕 정당을 이용하여 개인의 이권에 눈이 어두운 잡동산이― 분파와 파괴를 무기로 폭력적이 아니면 신용 없는 거간 같기도 한 하잘 것 없는 소위 정객들을 서울과 지방을 말할 것 없이 상당히 쓸어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 대해서는 대통령 후보 윤보선씨와, 당수 유진오씨의 저간의 통합 공작에서 보인 신의와 신조를 바탕으로 엄숙히 그 지도력을 발휘케 되어야 할 것이다. 그 밑의 운영위원의 간부들도 크게 뭉쳐 통합 정신을 굳이 북돋우어 나가는데 인색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이때에 두 영도자는 백병전을 각오하는 전선에 나선 야전 군사령관으로서 정치 전선의 새로운 진군을 지휘하려는 확고한 신념과 결의를 주저 없이 실천에 옮겨야 할 것이다.
그리고 윤 후보에 유 당수는 적절한 안배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윤 후보는 야당의 당수로서 벌써부터 몇 해를 두고 싸워온 경력을 가진 분이요, 유씨는 민중당의 대통령후보로 추대되면서 정치인이며 또 야당 지도자로 싸움에 나섰던 점으로 보아 두 분의 그 안배는 당연하다 할 것이다. 유 당수는 금후 4년의 야당 영수의 공을 쌓아 가지고 차기의 후보로 더 큰 힘을 가지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더구나 윤 후보의 오랜 정치생활에서 굳혀 온 돌진의 용맹과, 유 당수의 넓은 학식과 지혜로운 경륜은 잘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여·야는 불신 씻고 국민의 신망 물으라.>
야당의 정비·강화는 앞으로 여당에 대하여 상당한 작용을 할 것이 기대된다. 따라서 여·야가 한가지로 국민 앞에 누구가 더 참되고 누구가 더 덕으로써 정치의 바른 길을 개척할 것이냐 하는 그 자세와 방향을 어느때보다도 더 힘차게 밝히기에 힘써야 할 것이다.
그러나 여와 야는 선거에 임하여 그 기치를 각기 얼마든지 뚜렷이 할 수 있다 하더라도 국민의 국가적 통일과 단결의 태세를 조금이라도 금이 가게 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자칫하면 여당은 야당에 대하기를 마치 역적처럼, 야당이 여당에 대하기를 매국노처럼 논란 공박하는 일이 대개 오늘까지의 우리 나라 정치풍토였다고 할 것이다. 그런 때문에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부정·불법 선거운동에 권력과 폭력의 분별이 없는 온갖 깡패 짓이 도처에 벌어지기도 했고 그 때문에 많은 피도 흘리고 정권이 무너지기도 했던 것이다.
문제는 여당과 정부가 새로 탄생한 야당을 어떻게 대하며 선거를 어느 정도 정정당당히 공명하게 치르느냐 하는데 있을 것이다. 첫째 음모가 있어서는 아니 된다. 정치는 원래가 공명정대한 것이다. 음모로 꾸려나가는 정치는 음모로 망하는 것이다. 마치 폭력의 정치가 폭력에 무너지듯이. 정부의 권력을 배경으로 하는 여당은 선거에 크게 유리하리라는 것을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공명선거가 안 되는 일은 대개 정부 권력이 선거에 턱없이 동원되는 때문임을 우리들 국민은 잘 알고 있다. 어떤 정당이고 어떤 권력이고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고 선거의 심판관이 국민임을 알고 있다면, 그들은 국민의 선거의 자유, 선거의 권리를 존중하고 국민 앞에 공손할 것을 잊어서 아니 될 것이다.
여·야의 대통령 후보가 이미 확정을 본 이상, 선거 운동은 실질적으로 개막되었다고도 할 것이다. 이 때에 여나 야나 우리 주위의 여러 가지 위급한 정세를 잘 살피며 어디까지나 선거의 공명을 기약하여 민주 정치 발전에 이바지하는 실적을 올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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