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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절도, 철도원이 주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속보=4일 상오 「미군 화물열차 전문 절도단」을 수사 중인 경찰은 지난 3일 하오 주범 유지문(37·철도청 이문역 화물교환)을 검거, 기관사 윤국정(48)과 차장 김광연(38)과의 공모사실을 자백 받아 이들 3명을 모두 특수절도 수회 및 알선수회 혐의로 구속했다.
주범 유는 지난 2일 이미 구속된 이분섬 여인으로부터 착수금조로 15만원을 받고 기관사 윤에게 3만원, 차장 김에겐 2만원을 주고 매수, 지난 1월 31일 밤 11시 40분께 이들 이모는 청량리발 군용열차(제3317호)가 동두천읍 어수동역 남방 7백「미터」지점에 이르렀을 때 미리 대기 중인 공범 차모 등과 함께 일선 장병용 미 군복지 23뭉치(8백80점·시가 2백만원 상당)를 털었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로써 절도단 10명 중 5명을 구속했는데 이들은 제1차로 작년 11월 18일 동두천행 1305호 화물열차(기관사 황인수), 2차는 「크리스마스」날 같은 1305호(기관사 박용철)에서「코피」 1백8상자를 털었다는 것도 밝혀졌다.
철도청에 13년 동안 근속한 중견 공무원 유지문(37·이문역 철도원)은 군용 화물열차 「찻짐채기」에서 실질적인 두목 노릇을 해왔다. 23넌 모범공무원으로 「사고방지 공로표창」까지 받은 기관사 윤국정(48)은 유의 충실한 심복 역할이었다. 영하 30도 속의 일선 장병들에게 보내지는 군수물자는 회덕 미군열차 「갱」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이렇게 철도원 절도단이 손잡은 찻짐채기단에 의해 감쪽같이 사라지고 있었던 것이다.
1월 초순 동두천에서 미군물자 전문상인 이분섬(38) 여인은 「브로커」 정효인(29)에게 미군물자를 빼낼 방법을 강구하도록 부탁했었다. 착수금은 15만원. 정은 곧 행동대로 깡패 차기수(30)를 끌어들였고, 부평의 미 보급창(에스컴)으로 손을 뻗었다. 정의 정보망에 걸려든 것이 유지문 이었다. 오랫동안 공무원 생활을 했으나 월봉 7천원으로 6명의 가족을 부양하기에 허덕이고 있던 유였다.
더욱 장남이 중학에 합격, 등록금을 마련할 길이 없어 아버지의 체모마저 세울 수 없었던 유에게 정이 내민 10여만원은 또 한번 훌륭한 낚시밥이 되었다. 유는 동병상린의 동료기관사 윤, 차장 김광연(38) 조수 오학진(28)까지 끌어들여 지난 1월 중순 청량리 「로터리」한 양 다방에서 만나 동의를 얻었다.
유는 세 차례 정과 만난 끝에 찻짐채기단을 총지휘 할 것을 승낙했다.
그사이 정은 이미 부평 보급창 직원 박모를 매수해 놓고 있었다.
이렇게 조직을 완료한 일당은 초조하게 행동을 기다리고 있었다. 1월 31일 아침 드디어 부평에서 군수물자를 가득 실은 열차가 이날 하오 5시 청량리역에 닿을 것이란 정보를 보급창 박모가 유에게 귀띔했다.
유는 행동을 개시, 정·차파 등 행동 대원을 거느리고 청량리역에서 하오 6시 10분 열차를 맞았다. 그런데 이들의 계획은 차장 김광연이 갑자기 제천행 열차를 타게 되어 혼선을 일으킬 뻔했지만 「사정이 있다.」고 군용열차 차장으로 타게 된 우모씨에게 바꾸어 줄 것을 간청, 승낙을 받았다.
화물 열차가 청량리역에 정차한 3시간 동안 유와 행동 대원은 남의 눈을 피하면서 봉인을 뜯고 화차에 숨어들었다. 하오 10시쯤 열차는 청량리역을 떠났다.
11시 40분 동두천읍 이수동역 7백「미터」 앞 「커브」지점에서 기관사 윤은 「헤드·라이트」를 3번 껌벅껌벅, 언덕 밑에서 전지 신호의 응답을 받았다. 열차는 갑자기 서행, 화차 속의 유 등 3명은 재빨리 군수물자 덩어리 23개를 밖으로 내던지고 뛰어내려 「리어카」로 날라 갔다. 이들은 완전범죄라 믿었다. 그러나 연락책으로 끼어 들었던 김모(30)씨가 경찰의 정보원임을 알지 못한 것이었다. <수>

<관계직원 모두 파면>
철도청은 4일 미군 화물열차 사건에 관련된 직원 5명을 모두 파면 조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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