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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보다나은 주생활을 위하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관심 갖고 창의 발휘|옷장 하나 값이면 「편리한 부엌」거뜬|외모 보다 편의성 살려야
『안정되지 못한 주생활에서는 인간성 풍부한 사회가 이루어지기 힘들다』 독일의 어느 유명한 건축가의 말이다. 현재 서울의 총 가구 중 제집을 가진 사람이 겨우 52%(서울시 66년 조사) 나머지는 거의가 셋집 또는 셋방살이다. 이런 형편에서 안정된 주생활을 바라기는 어려운 일이겠지만 최소한 자기가 소유하고 있는 공간인 주거생활에서 무관심이나 허영 또는 고정 습성 등으로 건강에 해롭고 경제적으로 낭비되는 점은 없는지 다시 생각해서 개선할 점은 어떤 것일까. 서울 공대 건축과 교수 윤장번씨와 대한 주택 공사 건축 연구실장 안병의씨 그리고 서울사대 가정 교육과장 장명욱씨의 의견을 들어본다.
우리나라 주생활에 있어 비과학적이고 비경제적인 면 그리고 불편한 점을 고치지 못하는 것은 경제적인 문제보다 주생활이나 집에 대한 잘못된 개념 때문이다. 명랑한 주생활은 가족 한사람 한사람의 창의성 있는 생활태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집은 가족이 생활하는데 편리하고 아름다운 것이 생명이다. 대부분의 한국 가옥은 「편의성을 무시하고 있다. 우선 주부가 하루종일 일터로 삼는 부엌의 구조를 본다. 이 문제는 오래 전부터 생활개선의 주제로 삼다시피 하지만 아직도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있는 형편이다.
부엌이 방과 마루와 같은 평면이 아니고 부뚜막이나 조리대의 높이가 일하기에 맞지 않다든가 상수도 하수도가 부엌 안에 없기 때문에 주부가 소모하는 하루의 「칼로리」는 편리한 부엌에서 일하는 경우의 거의 3∼4배의 「칼로리」를 낭비한다. 더구나 환기창이 없는 부엌에 가득 찬 연탄 「개스」로 빈혈 없는 주부가 없을 정도다.
이렇게 말하면 돈 얘기가 나오겠지만 치마 저고리 한 벌 값으로 뜰에 있는 수도를 부엌으로 끌 수 있고 「호마이카」의 농, 문짝 값으로 부업이 평면으로 될 수 있고 응접실에 놓여있는 장식품으로 부엌시설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에서도 마찬가지다. 「텔리비젼」 월부 원조는 하면서 부엌 개량, 그밖의 명랑한 주생활을 위한 월부개선책은 없다. 돈에 앞서 정부의 정책과 개인의 배려와 관심, 그리고 노력이 문제다.
집을 짓는 경우에는 그동안의 모든 욕구 불만을 집 한 채 짓는데 전부 발휘하려 하는 데서 집이 갖는 편리하고 아름다움을 망각되는 경우가 많다. 집 외부나 내부의 구조와 색감, 그리고 무엇이든 더덕더덕 붙이고 싶은 생각에서 인조 대리석이니 「타일」이 등장하게 된다.
이와 같은 외형의 드는 돈으로 부엌의 시설이나 여름에 서늘하고 겨울에 따뜻할 수 있는 열 차단 재료를 천장이나 벽에 붙이려고 들지 않는다. 집이나 가구나 보기에 산뜻한 것보다 보이지 않는데 돈이 들어야 편리한 법이다. 집을 짓거나 꾸미는데는 어설픈 허영을 버려야 한다.
농촌주택도 마찬가지다. 백년전이나 오늘이나 같은 모습은 반드시 경제적인 원인만은 아니다. 3년 전 전북정읍의 경우 정부 원조 자조 주택 계획을 세워 추진했지만 좌절되고 말았다.
그들은 여유가 생기면 우선 밭 마지기라도 사고 싶고 편리한 집의 구조보다는 기와를 올리고 싶고 기와 올리기보다는 도박을 한다. 이런 문제는 정부가 뒷받침하여 저소득자를 위한 사명감을 가진 연구자가 있어야 할 것이다.
도시 주택 문제 중에 변두리로 자꾸만 퍼져나가는 주택시책은 생각할 문제다. 푸른 물과 넓은 터를 갖기 위한 변두리로 퍼지는 전원주택개념은 70년 전 외국에서 유행하던 방법이다. 교통이나 문화시설 그밖에 도시가 갖는 모든 편리한 시설을 선택이 용할 수 있게 고밀도 도시 생활로 지향해야 할 것이다.
주택은 사람이 유쾌하게 생활 할 수 있는 공간인 동시에 예술품이다. 뼈대를 만드는 것은 전문가지만 집을 집답게 꾸미는 것은 주부다.
주택은 건축가와 주부의 합동작품이다. 주어진 공간을 이상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주부의 지혜다. 우리의 고유한 생활 양식을 보존하면서 주생활의 근본적인 합리성을 찾고 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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