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관문은 뚫렸으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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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야당단일화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열린 첫「4자 회담」은 문제의 핵심에 들어서기도 전에 유진오씨와 윤보선씨의 의견 대립이 눈에 뜨게 현저. 유·윤·백·이 네 사람은 26일 하오 6시 20분부터 사랑채에서 인사말과 잡담을 나누다가 7시께 안채로 옮겨 정식회담으로―.
주인인 윤씨는 『오늘민중당에서 4자 회담의 성격에 관해 논란이 있었다는 얘기가 있는데 어떻게 되었소』말문을 열었다.
유씨는 『운영회담에서 얘기는 있었지만 통합을 위한 기본원칙을 협의한다는 2차 회담 합의사항은 그대로입니다』라고 설명하고 『우리가 정한대로 9인 위원회를 속히 구성해야 하지 않겠소』라고 윤씨에게 신한당 대표선출을 촉구했고, 윤씨도 『그렇게 해야지요. 내일 중으로 구성하도록 합시다』라고 약속―.
잠시 침묵이 계속된 뒤 저녁식사 (차례차례 음식이 나오는 궁중요리)가 올려져 화제는 통합의 언저리 얘기와 회고담.
○…식사가 끝난 뒤 화제는 본론으로―.

<이>어렵게 생각할 것이 없습니다. 우리 네 사람이 합의를 보아 한사람을 내세우면 될 것 아니요.

<백>합당하는 방법에는 두 당이 합쳐서 하나로 할 수도 있고 제3의 당을 만든 뒤 두 당이 해체하고 합치는 방법도 있답디다.

<윤>합당이 쉬운 것 같아도 어렵다는 걸 우리가 경험했지 않소. 현민(유진오씨 아호)은 그 당시의 일을 잘 모르시겠지만 「국민의 당」만들 때도 어려운 고비를 많이 겪었고 끝내 실패했소. 어쨌든 합당을 하자면 간편한 방법을 택해야해요. 선거전에 종합대회를 하면 합당이 안됩니다.
철기(이범석씨 아호) 장군은 잘 아시지만 대회에서 3, 4명이 방해해도 깨어집디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어떻게 하든 대회를 하지 않고 범위도 넓히지 않는 간편한 방법을 택해야 할거요.

<유>대회를 피해야 한다는 건 나는 납득을 할 수 없습니다. 대회를 못하면 우리가 새 대통령 후보에 합의를 본다하더라도 어느 기구가 지명을 합니까. 대회에는 방해가 있다하지만 방해가 무서워서 못한다면 야당도 선거도 못할 것 아니오. 우리가 통합하자는 것은 대여투쟁에 힘을 증강하자는 것 아니요. 대회를 못하면 두 후보 중에서 한 당이 사퇴하고 가만히 있으라는 것밖에 되지 않지 않소.

<유>좋습니다. 내일 회의는 내 집에서 합시다. 시간은 6시로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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