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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호크 다운'과 '스노우 독', 3주째 1, 2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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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들리 스콧 감독의 휴먼 전쟁드라마 '블랙 호크 다운(Black Hawk Down)'과 쿠바 구딩 주니어가 주연한 디즈니의 가족용 코메디물 '스노우 독(Snow Dogs)'이 2월 1일부터 3일까지의 이번 주말 북미 극장가에서 각각 1,111만불과 1,020만불의 수입을 벌어들이며 3주 연속으로 1위와 2위 자리를 고수하였다.

일요일 있은 프로미식축구 슈퍼 볼 경기에 많은 극장관객들을 TV 브라운관에 빼앗길 것을 우려한 메이저 영화사들이 흥행기대작들의 개봉을 꺼려한 까닭에 이번 주말 북미 전역에서 새로 선보인 영화는 B급 10대물 '슬랙커즈(Slackers)'와 제작한지 3년만에 빛을 보게 된 '버쓰데이 걸(Birthday Girl)'의 두 편에 불과하였는데, 두 편 모두 개봉 첫주말 10위권 진입에 실패하는 수모를 당했다. '슬랙커즈'는 279만불의 저조한 수입으로 11위에 랭크되었고, 상대적으로 작은 수인 1,000개의 상영관에서 개봉한 '버쓰데이 걸'의 경우는 237만불의 수입으로 12위에 머물렀다.

워너 브러더즈 사의 10대용 로맨스물 '워크 투 리멤버(A Walk to Remember)'는 이번 주말 884만불의 수입을 기록하여 3위를 차지하였고, 알렉산더 뒤마 원작의 모험 드라마 '몬테 크리스토 백작(The Count of Monte Cristo)'과 올해 골든 글로브 상 시상식의 최다 부문 수상작인 론 하워드 감독의 휴먼 드라마 '뷰티플 마인드(A Beautiful Mind)'가 각각 877만불과 840만불의 수입으로 4위와 5위에 랭크되었다.

리차드 기어 주연의 초자연 스릴러물 '모스맨 프라퍼시스(The Mothman Prophecies)'가 736만불의 수입으로 6위를 차지하였으며, 서서히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반지의 제왕'이 570만불의 수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번 주말 박스 오피스에서 간발의 차이로 10위권 진입에 실패한 '슬랙커즈(Slackers)'는 슈퍼볼 게임이 있기 전인 금요일과 토요일 밤 10대 관객들을 극장으로 유혹하는 것을 목표로 개봉된 '아메리칸 파이' 류의 10대용 섹스 코메디물이다.

소니 산하 스크린 젬 사에서 개봉한 이 영화에서는 그만그만한 젊은 배우들이 공연하고 있는데,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의 제이슨 슈왈츠먼과 '데스티네이션'의 데븐 소와, 그리고 '나홀로 집에' 시리즈로 데뷔했던 마이클 C. 말로나, 그리고 '진주만'에서 간호사를 연기했던 모델 출신 제임스 킹 등이 출연하고 있다. 연출은 패션 사진작가 및 CF 감독 등으로 활약했던 듀이 닉스가 맡았는데, 이번이 그의 극영화 데뷔작이다.

컨닝을 포함한 부정적인 방법을 총동원해 학점을 따기로 유명한 홀든 대학 최고의 말썽꾸러기 3총사 데이브(데븐 사와), 샘(제이슨 시겔), 제프(마이클 C. 말로나)는 졸업을 앞둔 기말고사 시즌에 큰 낭패를 겪게 되는데, 바로 그들이 부정을 저질렀다는 증거를 수집한 에단(제이슨 슈왈츠먼)의 등장 때문이다. 이제 그들이 졸업장을 받을 수 있는지의 여부는 에단에게 달려있는데, 에단이 이들에게서 바라는 바는 단 한가지, 그들의 방법을 총동원하여 아름답고 총명하기로 소문난 안젤라(제임스 킹)가 자신을 사랑하도록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에단의 제의에 동의한 삼총사. 이제 이들 네 명의 처절한 구애 작전이 펼쳐지는데...

이 영화에 대한 평론가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100% 혹평 일색이었다. 아틀란타 저널-콘스티튜션의 엘레뇨어 링겔 길레스피는 "무엇보다도 불쾌한 점은 이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것 자체!."라고 직격탄을 날렸고, 워싱턴 포스트의 리타 켐리는 "이 야비한 대학 팀은 F 학점감이다. 저능하다는 (Feeble), 또는 어쩌면 불결하다는(Foul) 점에서."라고 비난했으며, 시카고 선타임즈의 로저 에버트는 자신이 '아메리칸 파이'나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등 이 영화가 지향하고자 했던 영화들을 좋아하는 사람임을 밝히면서도 "지금 극장에서는 좋은 영화들이 많이 상영되고 있다. 왜 이 형편없는 영화를 보면서 (돌려 받지 못할) 두시간을 낭비하겠는가?"라고 고개를 저었다.

개봉 첫 주 12위에 머무른 '버쓰데이 걸(The Birthday Girl)'은 최근 '물랑 루즈'와 '디 아더즈'에서 최고의 연기력를 선보였고, 그 결과로 올해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뮤지컬 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물랑 루즈')한 니콜 키드만을 내세워 여성관객들을 겨냥하고 있는 스릴러물이다.

제작한 지 3년이 지났지만 계속 창고안에서 잠자고 있다가 키드만의 최근 인기에 주목한 미라맥스 사가 전국개봉을 결심함으로써 드디어 빛을 보게 된 이 영화는 97년 '모조(Mojo)'로 데뷔한 영국 감독 제즈 버터워스의 두 번째 작품이다.

일찍이 토론토 영화제와 선댄스 영화제에서 공개되어 관심을 모았던 이 영화에서 키드만은 러시안 여성(!)으로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였는데, 이와 관련하여 그녀는 "나는 출연료는 상관하지 않는다. 내가 진짜 관심있는 부분은 우리가 특이하지만 훌륭한 무엇인가에 새로이 도전하는 것."이라고 의욕을 밝혔다.

모든 해답을 인터넷에서 찾으려하는 존 버킹검(벤 채플린)은 런던에 사는 외로운 은행원이다. 어느날 그는 007 영화제목과 같은 '러시아에서 사랑을(From Russia With Love, 007 시리즈 2편의 원제로서 국내에서는 '위기일발', 또는 '소련에서 탈출'이라는 제목으로 공개되었었다)'이란 웹사이트를 통해 신부감을 통신 주문한다. 일련의 소동 끝에 줄담배를 피워대는 러시아의 인터넷 통신 판매원 나디아(니콜 키드만)가 존과의 결혼을 위해 영국 땅을 밟는다.

그녀가 영어라고는 한마디도 못 한다는 사실을 안 존은 그녀가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하지만 그녀의 유혹은 그의 생각을 돌려놓을 정도로 대단하다. 곧이어 그녀를 쫓아 그녀의 사촌과 그의 친구(뱅상 카젤, 마티유 카소비츠)가 러시아로부터 이들을 찾아오면서, 혼란한 상태의 존은 이내 자신이 큰 위험에 빠졌음을 알게 된다. 나디아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은행을 털어야 하는 것이다!

'씬 레드 라인'의 벤 채플린이 위험에 빠진 존 역을 맡아 키드만과 연기 궁합을 맞추었는데, 특히 '크림슨 리버'의 뱅상 카젤, '증오'와 '암살자(들)'의 감독인 마티유 카소비츠 등이 공연하여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영화에 대한 평론가들의 반응은 양호하다는 반응과 실망스럽다는 반응으로 정확히 양분되었다. 우선 이 영화에 우호적인 반응을 나타낸 평론가들로서, 뉴욕 데일리 뉴스의 잭 매튜는 "가벼운 구식 스타일의 B급 영화이지만 최근 우리가 많이 보지 못했던 매력과 참신함을 가지고 있다."고 평했고, CNN의 폴 클린턴은 "'버쓰데이 걸'은 일부 놀랍도록 격렬한 순간들을 지닌 즐거운 놀이기구와 같다."고 박수를 보냈으며, 특히 이 영화에 최고의 점수를 준 LA 타임즈의 케네쓰 튜란은 "고전적인 장르 요소들을 리믹싱한 '버쓰데이 걸'은 특이한 영화 감각이 따로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반면, 이 영화에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나타낸 평론가들로서, 뉴욕 포스트의 루 루메닉은 "확실히 예고편들에서 주장한 웃음넘치는 스릴러물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시큰둥한 반응을 나타내었고, 시카고 선타임즈의 로저 에버트는 "등장인물의 개성보다는 플롯을 중요시함으로써 영화는 추락하고 말았다."고 엄지손가락을 내렸으며, 시카고 트리뷴의 마이클 윌밍턴은 "키드만의 연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실망스럽기 그지없다."고 단정지었다.

기타 이번 연휴 10위권에 든 나머지 작품으로서, 숀 펜, 미셀 파이퍼 주연의 '아이 앰 샘(I Am Sam)'이 630만불의 수입을 올리며 7위에 기록되었고, 70년대 홍콩 무술영화를 더빙하여 만든 황당한 코메디물 '쿵 포우(Kung Pow: Enter the Fist)'는 385만불의 수입으로 9위, 그리고 10대 코메디물 '오렌지 카운티(Orange County)'가 287만불의 수입으로 10위에 턱걸이하였다.

장재일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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