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약 단독법, 어떻게든 막아라!" 의료계 '초비상'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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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회에 상정된 한의약단독법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다. 일각에서는 의대 교수들의 한의대 강의를 금지시키자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노환규, 이하 의협)는 25일 “한의학이라는 전통의학을 공부한 이들 약 2만 명에게 현대 의료기기의 사용을 전면 허용하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며 “참으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앞서 20일 새누리당 김정록 의원은 "한의사는 의료행위를 위해 필요한 경우 현대적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으며,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없이 한의사의 현대적 의료기기 사용을 제한하거나 방해해서는 아니 된다"는 내용을 포함하는 독립한의약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에 의협은 “지난 해 어느 언론은 초음파를 이용해 환자에게 허위진단을 내리고 한약을 판매한 한의사를 보도했고, 대법원은 한의사가 초음파를 사용하는 것은 유죄라는 판결을 내렸다”며 “그런데 초음파는 물론이고, 모든 현대 의료기기를 전통의학을 공부한 한의사들에게 사용을 전면 허용하는 법안을 국회에 상정한 것”이라며 이번 법안에 대한 부당성을 지적했다.

더불어 의협은 이번 법안이 김정록 의원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닐 거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의협은 “한의학과 한의약과 관련한 법령을 독립법으로 분리시킨 이 법안은 분량이 113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며 “이것은 이 법안이 본 법안을 정부의 부서에서 근본틀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한의학과 한의약과 관련한 독립 법안은 보건의료에 대한 전문지식이 전무한 국회의원이 단독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의협은 “이 비상식적인 법안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크게 위험에 빠뜨릴 뿐 아니라 의료계 내부의 대규모의 갈등과 혼란을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며 “법안을 발의한 김정록 의원 등은 즉시 법안을 철회하고 국민 앞에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의대 교수들의 한의대 출강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전국의사총연합은 의과대학 학장들에게 서신문을 보내 의대 교수들의 한의대 출강을 금지시시킬 것을 요청한 상태다. 일부 한의사들이 한의대에서 현대의학과 관련한 기초과학과 임상과목 등의 수업을 들었기 때문에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서다.

전의총은 “의대 교수들의 소신에 따른 한의대 출강이 한의사들의 학문적 인과관계가 없는 치료의 근거로 활용될뿐더러 현대의료기기 사용 주장의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의총이 인용한 의료일원화특별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현재 한의대에서 교육 중인 커리큘럼에서 고유 한방과목 교육이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기초적인 현대의학이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현대의학조차 현재 의대에서 가르치고 있는 학습목표의 20~30% 수준에 불과한 아주 기초적인 단계라는 게 전의총의 주장이다.

전의총은 “이는 자신들의 학문의 정체성을 부정한 의사 흉내내기에 다름 없다”며 “사이비 의료행위의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고, 한의사의 의사 흉내내기로 인해 의대 교수들이 직접 가르치고 있는 제자들의 미래가 더욱 암울해진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법안에 대해 의협 노환규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분노를 참기 힘들다”는 심정을 밝힌 바 있다.

노 회장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와 한의사의 전문영역의 경계를 단 몇 사람의 국회의원이 입법을 통해 무너뜨리는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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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아 기자 okafm@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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