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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범벅 문화재 관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우리민족 고유의 문화재가 한쪽선 보수하고 한쪽선 헐겠다고 나서고 있어 국가행정 기관의 엇갈린 시책을 드러내고 있다. 신년 들어 서울시는 6대궁의 하나인 지정문화재 「육상궁」을 헐기로 계획하고 있는 한편 문화재관리국은 보호사업으로 5억4천 만원의 보수비를 책정했다.
이조 역대 왕의 후궁 사당으로 모시어 종묘 다음가는 사당으로 내려오는 서울시 종로구 궁정동에 자리잡은 육상궁(칠궁)이 서울시 세검동∼효자동 도로 확장공사에 따라 헐리게 될 운명에 놓였다.
23일 상오 서울시는 칠궁의 오른쪽 1백30여 평을 헐겠다고 문화재관리국에 협조요청의 공문을 냈는데 문화재관리국은 건물을 포함해 사적149호로 보호되어 있는 칠궁을 헐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칠궁은 후궁이 되었다가 왕의 생모가 된 인빈김씨(선조의 후궁) 숙빈 장씨와 대빈 장씨(숙종의 후궁) 정빈 이씨와 영빈 이씨(영조의 후궁) 수빈 박씨(정조의 후궁) 및 순헌귀비 엄씨(고종의 후궁) 등 신주 7위를 모시고 제향을 올리던 곳이다.
현재 효자동∼세검정 도로는 칠궁을 끼고 세검정을 올라 가는데 길폭이 6「미터」이며 고갯길이어서 서울시는 이를 15「미터」의 직선도로로 확장하여 효자동 종점에서 자하문까지를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이 계획으로 칠궁은 한가운데를 1백30평쯤이 헐려 양쪽으로 갈라지게 되는데 칠궁내 가득 들어선 건물의 여러 채가 헐리게 된다. 김상기 박사는 『헐리면 칠궁 전체가 못쓰게 된다』고 말하고 있으며 문화재 관리국 측은 『서울시의 공문을 접수했다』고만 말하고 문화재관리위원회에서 토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상기 문화재위원장의 말=천부당 만부당한 일이다. 서울 시내 6대 궁의 하나인 「7궁」 의 복판을 가로질러 15「미터」의 길이 난다면 결국 이 궁은 폐하게 된다.
문화재위원회는 앞서 지정영구 보존구역의 침범을 단호히 거절했음에도 다시 헐겠다는 저의는 무엇인가. 국유지에 길을 냄으로써 보장금 안 내고 도시계획 하겠다는 수작이다. 문화재보호법에 의거 고발, 끝까지 사수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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