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호 침몰 사건|3등 선실서 13구 꺼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진해 = 본사 임시 취재반】19일 하오 5시 사고 해역에서 2 「마일」쯤 떨어진 가덕도 대항리 천성마을 모래펄 위에 인양됐던 한일호 선체는 밀물로 바다 속에 잠겨졌다가 20일 상오 다시 모래펄 위에 완전히 양륙되었다.
구조대는 3등 선실을 부수고 남녀 시체 13구를 끌어냈다.
다섯 살 가량의 남자를 빼고는 12명이 모두 13세부터 65세에 이르는 부녀자들로 전신이 펄투성이가 되어 선실 벽에 꼿꼿이 얼어붙어 숨져있어 필에 몰려든 3백여 명의 유족들이 또 한번 울음바다를 이루었다.
3등 선실이 두 군데로 나누어져있어 또 다른 선실 문을 탐색하고 있는 잠수부들은 선미에서 물에 부푼 쌀가마와 해산물 등을 건져내고 있다. 발견된 시체는 펄에 범벅이 되고 얼어붙어 있어 일체의 신원이 파악 안되고 있다.
해군 구조대는 19일 하오 1시 60 「톤」급 「크레인」으로 한일호 선체를 움직이는데 성공, 하오 2시 15분에는 한일호의 「마스크」를 수면에 약간 드러낸 채 하오 4시 천성 부락 연안까지 끌어들었다. 그러나 밀물로 선체는 다시 물에 잠겨 문제의 3등 선실을 열지 못한 채 유족과 부산지검 나호진 부장 검사 등 조사단은 일단 철수했다가 20일 상오 만조를 이용하여 선체를 완전히 수면으로 끌어 올려 3등 선실을 연 것이다.
20일 상오 현재 수면에 3분의 l가량의 선체를 드러내 놓고 있는 한일호는 바닷물에 씻겨 갑판 위는 씻어 낸 듯 화물이라곤 찾아낼 수 없었고 뱃머리 2 「미터」가량이 박살 되고 난간이 몇 개 부서졌을 뿐 선체는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었다. 소식을 듣고 몰려든 일부 유가족들이 3등 선실을 깨서 열라고 울부짖었으나 밀물과 인양 작업이 늦어 유가족들과 옥신각신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일호 선체 주변에는 우비 몇 장이 떠올랐고 유만식씨한테 갈 딱지가 붙은 호박덩이 10개와 풍년 초가 떠올라 이를 지켜보던 유족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한일호는 선체에 YM5566호라는 표지가 선명했고 정원 l백 65명, 선원 11명 도합 1백76명이란 푯말이 붙어 있었다. 민간 잠수부들은 나호진 부장 검사의 지휘로 선상을 수색 끝에 벽에 걸려있는 한일호의 사진 액자를 찾아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