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잘해야 제로섬 게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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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행정수도 건설을 성급히 추진하면 국가 전체로 봐서 제로섬(비용과 편익이 비슷함) 또는 마이너스섬(비용이 편익보다 더 큼)게임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경희대 온영태(건축학과)교수는 26일 '신(新)행정수도는 왜 필요한가'라는 논문에서 "행정수도 이전이 대통령당선자의 공약이었다고 해서 필요성이나 당위성에 대한 논의는 접어두고 실천에 관한 문제에만 초점을 둬서는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어떻게 이전할 것인지에 앞서 이전하는 게 바람직한지부터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논문은 27일 오후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주최로 상공회의소에서 열리는 '신행정수도 건설에 관한 공개토론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溫교수는 논문에서 "도시를 건설하고 정부를 옮기는 일은 그 자체로서는 건설투자효과 이외에는 확대재생산의 의미가 없는 경제활동"이라며 "수도권의 과밀.혼잡과 지역불균형 심화는 반드시 해결돼야 할 과제지만 그것이 행정수도 이전의 당위성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통일 이후를 고려했을 때 서울이 갖는 역사적 상징성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될 것"이라며 "수도 이전에 앞서 우선 중앙집권적 권력구조를 분권적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토론회에서는 경제정의실천연합 도시개혁센터 권용우(성신여대 대학원장)대표와 충북대 황희연(도시계획학과)교수도 주제발표를 한다. 발표문에 따르면 權대표는 '행정수도 이전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대안'으로 ▶중추기능을 비수도권으로 이전하는 분권화▶세원의 지방 이양▶기능의 분산▶인재의 지방 할당 등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러한 방안들이 실천되면 막대한 비용과 부작용을 감수하면서 물리적으로 행정수도를 이전할 필요성이 해소될 것이란 주장이다.

한편 黃교수는 "행정수도의 건설을 서둘러서는 안되지만, 신 행정수도 건설을 추진할 것인지의 여부만은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토론회에는 민주당 정세균 의원, 최병선 건설산업연구원장, 이태일 한국지역학회장 등이 참여해 신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의견을 발표한다.

신혜경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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