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 엔진은 여전히 뜨거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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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양에서 건진 아폴로 우주선의 로켓 엔진을 살펴보는 작업자들. [AP=뉴시스]

“우리는 바닷속 원더랜드를 보았다. 뒤틀린 엔진의 잔해들로 이뤄진 ‘조각 공원’은 뜨겁고 치열했던 그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아마존닷컴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제프 베조스(49)가 20일(현지시간) 자신의 블로그에 남긴 말이다. 그가 말한 ‘바닷속 조각 공원’은 대서양 심해에서 발견한 아폴로 우주선의 새턴V 로켓 엔진이다.

 이날 베조스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인간의 달 정복을 가능케 한 아폴로 우주선의 새턴V 로켓 엔진 2개를 3주간의 작업 끝에 대서양에서 인양했다고 밝혔다. 인양된 엔진들은 부식이 심해 아폴로 우주 계획(1969~72)의 우주선 17대 중 어느 것의 추진체인지 판독되지 않았다. 1969년 아폴로 11호를 타고 인류 최초로 달을 밟은 암스트롱은 “인간에게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거대한 도약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아폴로 우주선은 발사 당시 로켓 1기 당 5대의 엔진이 장착돼 있었으며, 발사 후 분리돼 바다로 떨어졌다.

베조스

 아폴로 11호 발사 당시 다섯살. 그때부터 우주개발을 꿈꿔온 베조스는 자타공인 ‘우주 마니아’가 됐다. 현재 ‘블루 오리진스’라는 회사를 설립해 우주정거장으로 우주인을 보내는 비행선을 제작 중이다. 지난해엔 초음파 탐지기를 동원해 아폴로 로켓 엔진이 가라앉아 있는 지점을 확인하고 자비로 인양에 나섰다. 당시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어쩌면 우리는 더 많은 젊은이들에게 발명과 탐험에 대한 영감을 일깨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적었다.

 베조스의 지원 덕에 빛을 보게 된 2개의 엔진은 워싱턴DC 국립항공우주박물관과 시애틀항공박물관에 각각 전시될 예정이다.

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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