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없는 대신 장기간 가입하면 더 나은 요금제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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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이동통신시장이 4G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의 등장과 고가 스마트폰의 대중화에 따라 본격적인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럽의 정보기술(IT) 전문매체인 기가옴은 18일(현지시간) “유럽 이동통신사들도 보조금 폐지를 검토하거나 실행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T모바일이 보조금 폐지 계획을 발표한 후 나타난 변화다. 미국 이통시장 3위 사업자인 T모바일은 ‘밸류(Value)요금제’를 새로 내놓았다. 2년 약정을 해 보조금을 받고 단말기를 싸게 구입하는 사용자와 구분해 보조금 대신 요금을 할인해준다. 장기간 사용할수록 보조금을 받는 것보다 유리해지는 요금제를 고안한 것이다. 유럽 매체들은 “보다폰의 ‘레드 핫’ 요금제를 비롯해 독일 O2 등 30여 개의 유럽업체에서 보조금 폐지를 이미 도입했거나 진행하고 있다”며 “데이터를 사용한 만큼 후불제로 요금을 지불하는 방식이 도입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IT 시장 전문 분석업체인 인포마는 “아이폰 이후 스마트폰 단말기 가격이 점차 오르면서 통신사들은 이를 ‘공짜폰’처럼 보이기 위해 더 많은 보조금을 줘야 한다는 부담이 생겼다”며 “북미와 유럽 이통사들이 단말기 보조금을 주느니 요금을 깎아주는 편이 더 유리하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약정 계약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변화도 세계 이동통신 요금제를 변화시키고 있다. 단말기를 공짜로 얻기 위해 장기간 비싼 요금을 내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의 1위 통신사인 NTT도코모의 경우에도 단말기 구매와 더불어 보조금을 지급하는 ‘기본(Basic)요금제’ 외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요금제를 운영하고 있다. 단말기 가격이 비싼 대신 기본료에 대한 할인을 제공하는 ‘밸류(Value)요금제’다. 단말기 값을 그대로 부담해야 하는 사용자의 부담을 고려해 일부 휴대전화는 할부로 판매하기도 한다. 일본 NTT도코모 통신 가입자는 “2년 이상 사용하면 매달 할인받는 총액이 보조금보다 많기 때문에 대부분 이 요금제를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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