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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중 누른 공립중 어딘지 궁금하신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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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가 전국 중학교의 학업성취도 순위를 처음으로 매겼다. 교육업체 하늘교육과 함께 전국 3103개 중학교의 2012학년도 학업성취도 평가를 분석한 결과다. 중앙일보가 지난달 서울시 사립 초등학교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초등학교 전체의 전국 순위를 처음 공개하자 일부에서 “초등학교까지 서열화하느냐”는 비판을 제기했다.

그러나 지난번 초등학교 순위를 매길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역시 학교를 줄 세우려는 게 아니다. 내 자녀가 다니는 학교가 얼마나 열의를 갖고 학생을 가르치는지 등에 관한 정보를 학부모에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평가방법도 상위권 학생이 얼마나 많은 지가 아니라 뒤처지는 학생이 있는지 없는지에 주로 초점을 맞췄다. 학교 안에서 이뤄지는 공교육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겠다는 의도다.

글=안혜리 기자 , 사진=김경록 기자

기초학력 미달 제로 충주미덕중의 비밀
“할 수 있다” 자신감 심어주고 학교서 매일 맞춤형 방과후 수업

학업성취도 평가는 상위권 학생을 가려내는 게 목적이 아니다. 하위권 학생을 도와주기 위한 시험이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 판단해 효율적으로 교육하기 위해서다.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았다면 수업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말이다.

 2012학년도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눈에 띄는 학교가 있다. 충북 충주시의 충주미덕중이다. 이 학교는 국어·영어·수학 3개 과목에서 응시생 전원이 보통 학력 이상의 성적을 냈다. 보통 학력 이상 비율이 100%인 학교는 응시인원 50명 미만인 소규모 학교 8곳과 부산국제중을 제외하면 이곳이 전국에서 유일하다. 충주미덕중의 이번 성과가 더욱 의미있는 건 2년 만에 비약적으로 성적을 높였기 때문이다. 2010학년도 학업성취도 평가에서는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중 최소 한 과목에서 기초 학력 미달을 받은 학생이 3학년 전체 270명 중 41명이었다. 3학년 전체 학생의 74%가 최소 한 과목은 겨우 기초 학력 정도이거나 기초 학력 미달을 받았다.

이희영 충주미덕중 교무부장은 “비록 서울보다 교육 환경은 열악하지만 열심히 가르치려고 노력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아 실망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나 포기 대신 의욕을 불태웠다. 교사들이 “학습 부진아 없는 학교를 만들자”고 뭉쳤다. 하위권 학생 실력 키우기에 초점을 맞췄다. 이 교사는 “이 학교엔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습 의욕이 없는 학생이 많았다”며 “그 아이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게 우선이었다”고 말했다.

  기초 학력이 부족한 만큼 수준에 맞는 교재가 필요했다. 중3인데 중1 때 배운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이 많았다. 학교 측은 충남대에서 개발하고 충북교육청이 지원하는 학업 신장 프로그램 ‘늘품이’를 활용했다. 초등과정부터 복습할 수 있어 하위권 아이가 실력을 키우는 데 알맞았다. 또 교사들은 방과후는 물론 점심시간까지 활용해 학생들에게 맞춤형 교육을 했다. 지금도 1~2학년은 평일 한 시간씩, 3학년은 평일 두 시간씩 보충수업을 받는다.

충주미덕중의 사회 수업 모습. [사진 충주미덕중]

  이런 노력은 2010학년도 학업성취도 평가 전국 212위에서 2011학년도 전국 7위, 2012학년도 전국 1위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김병우 충주미덕중 교장은 “국제중은 물론 교육열이 높다는 강남 지역의 중학교보다 좋은 성과를 냈으니 공교육의 힘을 보여준 게 아니냐”며 “모든 교사와 학생이 함께 힘을 합쳤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충주미덕중 외에도 일반중학교 중에선 대구 수성구의 동도중(18위)과 서울 강남구 대청중(19위), 서울 광진구 광남중(25위) 등이 우수한 성적을 냈다. 대부분 교육열 높은 지역 학교들이다. 사교육을 받는 학생 비율도 높다. 하지만 이 학교들 역시 “공교육 없이는 사교육도 힘을 발휘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학교 수업의 질을 높이지 않으면 학생이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는 것이다.

  신춘희 대청중 교장이 2009년 부임 후 가장 먼저 신경을 쓴 것도 수업 질(質) 개선이었다. 지난해에는 수석교사 제도도 도입했다. 교육청에서 선발한 수석교사를 통해 나머지 교사를 교육시키는 거다. 신 교장은 “부임 초기 수업 내용과 관련해 걸려오던 학부모의 불만 전화가 최근 뚝 끊겼다”며 “학교가 노력하면 결국 학부모도 알아준다”고 말했다. 대구 수성 동도중이나 대구 중구 경구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학교가 먼저 노력했다. 정향미 동도중 연구부장은 “교육열이 높은 만큼 학부모의 평가도 냉정하다”며 “교사가 더 열의를 갖고 가르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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