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매매 '증시 효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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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투자가들의 프로그램 매매가 증시를 떠받치고 있다. 이들이 컴퓨터를 이용해 한꺼번에 대형주를 무더기로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주 기관의 순매수액은 5천5백27억원에 달했다.

이중 프로그램 순매수액이 6천9백53억원을 기록했다. 사실상 프로그램매수가 없었다면 기관은 주식을 순매도한 셈이다.

이는 기관들이 대세상승 국면에 들어섰다고 보고 나름대로 설정한 기준에 따라 적극적인 매수 전략을 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 증가하는 비차익거래=전문가들은 최근 프로그램매매에서 선물.현물의 가격차이를 이용해 현.선물을 함께 사고파는 차익거래보다는 비차익거래가 많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비차익거래란 펀드를 새로 만들고 청산하거나, 주가가 급등락할 때 재빨리 주식을 대거 사고 파는 것이다.

지난 주 프로그램 순매수액 6천9백53억원 중 비차익거래는 3천8백14억원으로 전체의 약 55%를 차지했다.

굿모닝증권 최창호 시황팀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프로그램매수에서 차익.비차익 거래가 비슷했는데 올 들어 비차익거래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며 "이는 투신사의 신규 펀드들이 프로그램매매로 주식을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 10~25일동안 주식.채권 등에 투자하는 혼합형 수익증권에 무려 1조6천3백14억원이 새로 들어왔다.

삼성투신운용 배재규 주식2팀장은 "각 투신사의 주식 관련 펀드들의 수신고가 늘면 프로그램매매의 증시 주도현상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투신운용 주식운용팀 서정호 부장은 "비차익거래를 통해 사들인 주식은 단기간에 물량으로 나오지 않기 때문에 향후 증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 프로그램매매 활발해질듯=28일부터 개별주식옵션이 거래되면 만기일 전후로 선물.현물(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져 프로그램매매는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지수 선물.옵션은 현금으로 결제하는 데 비해 개별주식옵션은 주식(현물)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 상장되는 7개 종목은 '코스피 200'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시가총액 기준)이 59%나 된다. 또 7개종목의 외국인비중도 50%를 웃돌고 있다.

대신경제연구소 천대중 연구원은 "개별주식옵션의 등장으로 꼬리(선물)가 몸통(현물)을 흔들 가능성이 더욱 커진 만큼 기관.외국인의 매매동향을 면밀히 살펴보고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증권 유욱재 연구원은 "투신사들이 지수수익률 이상의 수익률을 내기 위해 개별주식옵션을 이용한 펀드를 내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재식 기자angelh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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