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땅 짚고 헤엄치나”… 3당서 협공 당하는 안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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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3일 예비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운동에 나섰다. 검정 점퍼 차림의 안 후보는 당고개역 출구 앞 노점에서 뻥튀기 한 봉지를 사면서 “요즘 장사는 잘되십니까. 열심히 하겠습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때 길을 지나던 50대 남성이 안 후보에게로 다가왔다. 그는 “정부조직법이 박근혜 정부에서 표류하고 있다. 애매한 표현 쓰지 말고 앞으로 대통령 많이 도와달라”고 했고, 안 후보는 “네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고 응대했다.

 앞서 오전엔 노원구청을 찾아 “새로 이사 온 안철수”라며 ‘신고식’을 치렀다. 안 후보가 주민들과 사진을 함께 찍는 장면을 지켜보던 민주당 소속의 송인기 노원구 의원은 “새 정치를 한다는 분이 왜 쉽게 가려고 하느냐”며 “여기 와선 안 되고 부산 영도로 출마해야 한다”며 큰소리로 비난했다. 송 의원은 “왜 땅 짚고 헤엄치려고 하느냐. 새 정치를 하려면 어렵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안 후보에 대한 여야 각 당의 견제구와 협공은 곳곳에서 이어졌다. 민주당은 “고향인 부산에 출마하는 건 지역주의”라고 한 안 후보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친노계인 전해철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서 “(노원병 출마가) 지역주의를 벗어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며 “지역주의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극복해야지 피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고 비판했다. 당 전략홍보본부장을 맡고 있는 민병두 의원은 “이번 선거는 투표율이 낮고, 보수층 고령층이 많이 투표하게 될 텐데 안 후보 지지층은 중간층·부동층이어서 쉽지 않다”고 안 후보의 경쟁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직전 이 지역 의원을 지낸 진보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의 부인 김지선 후보도 “안 후보처럼 대학 교수나 변호사 같은 분들이 국회에 많이 진출했지만 정치권에선 평가가 좋지 않다”고 꼬집었다.

 새누리당도 공격 수위를 높였다. 정우택 최고위원은 ‘안철수 신당론’에 대해 “1995년 지방선거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새천년국민회의를 창당해 90여 명의 의원이 몰려 간 적이 있지만 이번에 그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당내에선 경쟁력 있는 거물 후보를 내면 이길 수 있다는 얘기가 힘을 얻고 있다. 친박계인 김재원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서 “우리 당에도 경쟁력 있는 인재가 많아 필승 후보를 낼 수 있다”며 “홍정욱·나경원·원희룡 전 의원 등 기대주를 내세우면 승산이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전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안 후보가 자신을 ‘미래 대통령’이라고 표현해줄 것을 요구했다는 일부 친노계 의원들의 주장을 놓고도 설전이 이어졌다.

 안 후보는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실익도 없는 요구를 하는 그런 바보 같은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일축했다. 그는 같은 질문을 받았던 이틀 전엔 답변을 피했었다.

  김경진·하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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