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 빼니 잘나가는 에쿠스, 한달 1000대씩 팔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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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 빼니 힘 얻었다.”

 현대자동차 에쿠스 2013년형(사진)에 대한 업계의 평가다. 지난해 12월 현대차가 일부 디자인과 내부 편의장치 등을 개선해 페이스리프트(부분 변경) 형태로 출시한 에쿠스 2013년형이 올 1월과 2월 연속으로 판매량 1000대를 넘긴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에쿠스 2013년형은 올 1월 1265대가 팔렸다. 에쿠스가 월 판매량 1000대를 넘은 것은 지난해 2월 이후 11개월 만이다. 당시만 해도 “대기업 임원들의 차량 교체 수요가 몰려 있는 1월이라 가능한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인기는 이어졌다. 올 2월에도 에쿠스는 하루 평균 66대가 팔리며 월 판매량 1115대를 기록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 들어 개별소비세가 6.5%에서 7%로 환원돼 차값이 40만원가량 올랐고 설 연휴로 영업일수가 적었는데도 두 달 연속으로 판매량 1000대가 넘은 것은 대단한 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달에도 하루 100대가량 주문이 들어와 현재 공급되지 못한 물량만 2000대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현대차 최상위 모델인 에쿠스는 1999년 이른바 ‘각진 에쿠스’로 불리는 1세대 모델이 출시됐다. 에쿠스 2013년형은 2009년에 새롭게 선보인 2세대 에쿠스가 원형이다. 가격은 등급에 따라 6000만원 후반에서 1억1000만원으로 고급 수입차 못지않다. 시장에 나온 지 15년째인 ‘에쿠스’ 브랜드 자체에 대한 피로감과 국내 시장을 파고드는 수입차의 공세 등으로 잠시 판매가 주춤했던 에쿠스가 다시 소비자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인기의 요인은 ‘겸손 효과’라는 분석이다. 에쿠스 2013년형은 이전 모델과는 달리 번쩍이는 크롬 몰딩을 최대한 자제했다. 범퍼 모서리마다 붙이던 크롬몰딩을 없애고 차량 전면부 라디에이터 그릴도 반광 재질로 바꿨다. 현대차는 “자체 시장 조사팀의 분석과 시승 센터에서의 고객들의 의견을 반영한 결과가 적중했다”고 밝혔다. 차분하면서도 은근한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는 요즘 소비자의 취향을 제대로 읽은 결과다.

 ‘대통령 취임식 효과’도 한몫했다. 지난달 25일 대통령 취임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에쿠스 리무진 방탄차를 타고 카퍼레이드하는 장면이 전국에 생중계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취임식에 쓰인 차량은 시중에 판매되는 에쿠스 리무진과는 다른 특별 제작 모델이지만 소비자에게 에쿠스의 가치를 어필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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