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바르샤 기싸움 … 한국축구 영재 ‘나 어떡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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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이승우(左), 백승호(右)

스페인 프로축구 명문 FC 바르셀로나 산하 카데테B(15세 이하 유소년팀) 소속 이승우(15)는 요즘 주말리그에 참가하지 못한다. 올 시즌 카데테B 19경기에서 12골을 넣어 특급 유망주로 주목받고 있지만, 최근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바르셀로나 유소년팀 입단 과정에서 이적 규정을 어겼다’는 판정과 함께 ‘공식 경기 출전정지’ 처분을 받았다. 장결희(15), 백승호(16) 등 바르셀로나 소속 다른 한국인 유망주도 같은 처지다.

 FIFA 이적 규정 제19조에 따르면 선수의 해외 이적은 만 18세 이상만 가능하다. 18세 미만 선수는 부모가 해당 국가로 함께 이주해야 한다. 유럽연합(EU) 또는 유럽경제지역(EEA) 내에서 이적하는 선수는 괜찮지만, 다른 대륙에서 건너온 선수들은 이 규정을 피할 수 없다. 한때 유럽 축구클럽들이 아프리카 등 저개발 지역 어린 선수들을 무분별하게 영입한 이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여러 문제가 발생하자 FIFA가 재발 방지를 목적으로 만든 조항이다.

 관련 규정을 만든 이후에도 어린 유망주의 해외 이적에 대해 수수방관하던 FIFA가 갑작스럽게, 그것도 유독 바르셀로나에만 ‘철퇴’를 휘두른 까닭이 뭘까. 다수의 축구 전문가는 ‘FIFA와 유럽축구클럽(ECA)의 기싸움 과정에서 애꿎은 곳에 불똥이 튄 것’이라고 진단한다.

ECA는 유럽 53개국 207개 클럽이 가입한 단체로, 최근 들어 FIFA와 산하단체인 유럽축구연맹(UEFA)의 A대표팀 운영 방식에 대해 노골적으로 반기를 들고 있다. 클럽축구의 활성화를 위해 A매치 수를 줄이고 월드컵·유럽선수권 등 메이저급 대회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 ECA의 주장이다. 이들은 “FIFA가 우리 재산인 선수들을 차출해 A매치를 치른 뒤 수익을 사실상 독점한다”고 주장해 왔다. 바르셀로나는 ECA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클럽이다.

 이와 관련해 스페인 유학 컨설팅 업체 베네의 정남시 대표는 “바르셀로나의 외국인 유망주 관리 시스템은 철저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선수 한 명당 연간 5000만원 안팎을 투자해 축구뿐만 아니라 학업과 인성교육까지 철저히 진행한다”면서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는 FIFA가 갑작스럽게 바르셀로나를 타깃으로 삼은 건 ‘괘씸죄’를 적용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FIFA의 조치는 정상적인 유학 비자를 발급받아 해외에서 축구를 배우는 아이들의 진로까지 가로막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FC 바르셀로나 축구교실의 국내 운영을 총괄하는 김영진 코리아EMG 대표는 “이승우 등 출전정지 처분을 받은 우리 선수들은 스페인 카탈루냐주(州) 정부로부터 정상적으로 교육 비자를 발급받은 선수들”이라면서 "FIFA가 이들에 대해 출전정지를 결정한 건 초법적인 지위를 누리겠다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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